줄리안 어산지
본인 반대 무릎쓰고 출판사 22일 시판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가 ‘동의하지 않은’ 자서전이 22일 출간된다.
영국의 캐넌게이트 출판사는 22일 그의 구술을 바탕으로 한 ‘줄리안 어산지: 비공인 자서전’을 서점에서 판매한다고 22일 <가디언>이 보도했다. 어산지는 지난해 12월 이 출판사와 자서전 출판 계약을 맺었다가 지난 3월 계약을 취소한 바 있다. 캐넌게이트 출판사는 이 자서전의 대량 출판과 관련해 어산지쪽의 반대를 피하려고 극비리에 인쇄와 서점 이동을 추진해왔다.
애초 어산지는 지난해 12월 영국 에딘버러의 한 출판사와 미국의 알프레드 노프 회사와 93만 파운드 규모의 출판 계약을 맺었다. 당시 어산지는 이 책이 “우리 시대의 종합적인 기록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권은 35개 이상의 나라에 팔렸다. 그 뒤 어산지는 대리작가와 50시간 동안 인터뷰했으나, 지난 3월 책의 초고를 본 뒤 자서전을 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책의 내용이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 공개에 간첩 활동 혐의를 두고 있는 미국 검사들에게 ‘총알’(증거)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산지는 지난 7월7일 공식적으로 계약을 철회했지만, 스웨덴에서 제기된 성폭력 혐의와 관련해 재판 비용이 필요했던 어산지는 선금 50만 파운드를 바로 반환하지 않고 공탁을 걸었다. 캐넌게이트 쪽은 어산지의 계약 철회가 정당하지 않다고 보고, 출판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캐넌게이트는 어산지가 반환하지 않은 선금 50만 파운드를 모두 상쇄하는 대로 어산지에게 계약된 로열티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이 책을 계약했던 미국의 알프레드 노프 회사는 “우리는 저자와 계약을 취소했고, 저자가 원고를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책을 출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 어산지는 두 여성의 성폭행 주장에 대해 “나는 남성우월주의자일지는 모르지만, 성폭행범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이 두 여성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일은 강간이 아니었고,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두번째 여성과 잔 뒤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두 여성이 성관계 전에 요구한 성병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두 여성의 뜻과는 다르게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침묵했다.
그는 또 컴퓨터 해킹과 관련해 “해킹을 하는 스릴은 엄청난 것이고, 그것은 어린이가 어른과 체스를 둬서 처음 이길 때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어산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 책의 내용이 자신의 충분한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았으며 캐넌게이트의 출판은 돈벌이를 위해 사람을 괴롭히는 기회주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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