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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리더 없는 ‘월가 점령’…시위 주체는 ‘우리 모두’

등록 2011-10-05 22:32수정 2011-10-06 15:48

로니 누네즈(24)
로니 누네즈(24)
[현장] 리버티 플라자 워킹그룹 멤버들 인터뷰

로니 누네즈(24)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시위대를 이끄는 뚜렷한 지도자는 없지만, 이 시위대를 돌보고, 지탱하는 느슨한 조직과 이 조직 속에서 활동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4일(현지시각) 이들 워킹그룹 멤버들이 전하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보조교사로 일한다. 비정규직이다. “뉴스를 보고 공감해서 왔다”는 그는 3일 리버티 플라자에 합류해 외부인들의 기부를 독려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월스트리트 시위’를 ‘저항’(Protest)이 아닌, ‘운동’(Movement)이라는 관점에서 보려했다. 그는 “최상위 1%, 금융자본가들만이 막대한 이득과 이권을 누리는, 월스트리트 방식을 사람들이 지금까진 아무 생각없이 해오던대로 받아들였는데, 더이상 이를 용납하지 않고, 거부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트렌드화되면, 결국 월스트리트도 바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느냐’는 물음에 “아메리칸 드림이 가능했던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 시위가 ‘계급투쟁’의 성격을 지니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이를 부인했다. “다양한 종류의 모든 사람들을 대표하고 있다”며 “빈민운동도, 중산층 운동도 아니다. 어떤 특정 계층을 위한 운동이 아닌, 온갖 계층의 온갖 사람들을 대표한다. 말 그대로 99%를 위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언제까지 이 운동이 지속될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기부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열정이 식지 않는 한”이라고 답했다.


모니카 로페즈(24)


모니카 로페즈(24)
모니카 로페즈(24)
그는 미국인이 아닌, 스페인 사람이다. 얼마전까지 마드리드의 격렬한 시위 현장에 있다가 온라인으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열린다는 소식에 지난달 15일 비행기를 타고 미국 뉴욕으로 넘어왔다. 그는 “청년 실업 폭동이 일어난 스페인의 경험을 토대로 ‘월스트리트 시위’를 돕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시위 첫날부터 지금까지 3주째 이곳에 머물고 있다. ‘월스트리트 시위’의 국제연대성을 보여준다.

미디어 그룹에서 일하며, 국내외 기자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는 일을 주로 한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저널리스트’(언론인)라고 규정했지만, 직업이 저널리스트인 건 아니다. 무직이다.(미국의 청년 실업률은 17.3%,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45.7%다)

그는 “1%가 부를 다 갖고 있는 게 문제”라며 “우리(나머지 99%)가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줘 변화를 이끌고 싶다.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걸 1%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월스트리트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지금 당장은 안 바뀌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뜻과 행동을 같이 한다면, 언젠간 바뀔 것”이라며 “그래서 나는 이 시위를 혁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릭 깁스(39)

에릭 깁스(39)
에릭 깁스(39)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다. 그러나 일감이 너무 없어 두달 전 부터는 야간업소에서 바텐더로 1주일에 두 번 일한다. 지난달 17일 ‘월스트리트 시위’ 첫날 소식을 듣자마자, 다음날 동참했다. 미디어 그룹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홈페이지 등의 컴퓨터 그래픽을 담당한다. ‘나이에 비해 젊어보인다’고 하자, “결혼을 안 해서 그렇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조직에 리더가 없다는 것에 상당한 긍지마저 느끼는 듯했다. ‘맨처음 이 운동을 제안한 사람은 누구였느냐’는 물음에도 “아무도 모른다. 관심도 없다. 제안은 ‘누구’가 아닌, ‘우리 모두’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는 곧 권력을 뜻한다. 우리는 권력을 원치 않는다”며 “여기에는 무정부주의자, 사회주의자 등 모든 이들이 다 섞여있다.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같이 한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순 없다. 리더가 있으면, 이 운동은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패와 정경유착을 반대하는 마음은 다 똑같다. ‘다름’이 아닌, 그러한 ‘같음’을 찾아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향후 계획’을 자꾸 묻자, “여기 있는 누구도 이 운동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우린 내일보다 오늘에 초점을 맞출 뿐”이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거냐’는 물음에 그는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두 달만 버티자’는 생각을 했다. 그 정도만 되면, 우리의 뜻과 생각을 세상에 알릴 수 있으리라고 봤다. 그런데 3주만에 벌써 온세상이 이 운동을 다 알게 됐다. 변화가 오고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월스트리트 시위대가 주장하는 부자증세, 월스트리트 비판 등이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쪽에 가까워 이 운동이 내년 대선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노”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공화당도 민주당도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린 또다른 티파티가 되길 원치 않는다”면서.

토마스 플레사스(27)

토마스 플레사스(27)
토마스 플레사스(27)
플로리다주 템파에서 왔다.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주방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요리사가 된 지 7년이 됐지만, 아직 시간당 11달러를 받았다. 그나마도 두 달 전에 해고됐다. 이곳에서 그는 주방팀에서 일한다. 리버티 플라자 인근에 있는 시위대 일원의 아파트 또는 리버티 플라자 현장에서 시위대가 먹을 요리를 하기도 하고, 기부받은 식품을 나눠주고, 설겆이도 한다. 어느 워킹그룹보다 주방팀이 가장 바쁘다. 주방팀은 24시간 교대로 일한다. 그래서 배가 고픈 시위대는 언제나 주방팀에 와서 음식을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그는 “처음에는 피자, 팝콘 밖에 없었으나, 이제는 콩요리, 샐러드, 건강음료에 이르기까지 음식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기뻐했다. 따끈따끈한 피자가 매일 200판 이상 기부되고, 사과는 너무 많아 바닥에 깔아놓은 종이박스 피켓이 날아가지 않도록 올려놓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데이 6(9월22일)에 동참했다”는 그는 ‘왜 멀리 뉴욕까지 왔느냐’는 물음에 “혁명을 하러 왔다”고 했다. ‘농담이지?’라고 하자, “아니, 진지하다”며 정색했다. “정말 열심히 일했지만, 돈도 못 벌고 실업자가 됐다. 내가 무얼 잘못 했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잘못 된 것 같다. 내가 아닌,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그가 말했다.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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