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복귀’를 선언한 뒤 첫 해외순방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12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마치고 귀국했다. 양대 강대국의 정상과 실세가 마주 앉았지만, 이번 방문의 핵심인 중-러 천연가스 가격 협상은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푸틴 총리의 방문이 “중-러의 포괄적 전략적 관계의 진전을 이뤘다”고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으나, 천연가스 가격 협상 합의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중국 언론들은 진전은 있었지만 협상을 계속 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총리는 방문 첫날인 11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들에게 “중국 시장에 가스를 공급하는 작업에서 마지막 단계에 접근하고 있다”며 계약 타결에 근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최대 에너지 수출국 러시아와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은 가스관을 건설해 매년 약 68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중국에 수출하기로 지난 2009년 합의했으나, 전체 1조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거래의 가격 산정을 둘러싸고 3년 넘게 줄다리기중이다. 러시아는 1000㎥당 약 300달러를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200달러 정도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월 후진타오 주석의 러시아 방문 직전 중국은 협상 타결을 위해 250달러까지 제시했으나, 러시아는 거부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러시아는 중국이 판매대금 중 400억달러를 선불금으로 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천연가스 합의는 불발됐지만, 이번 방문 동안 중-러 양국은 에너지·금융·농업 등 분야에서 7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경제·무역 협력 협정과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러시아 정부와 관련된 직접투자기금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양국은 지난해 약 700억달러였던 양국간 무역액을 2020년까지 2000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미국 등 서방에 대항하는 중-러의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푸틴 총리는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달러 독점은 기생충”이라며 미국의 달러 패권을 비난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푸틴이 대통령의 기세로 중국을 방문했다”고 묘사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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