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최후 각국 반응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20일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 소식을 듣고 리비아에 새로운 민주적인 미래가 열리기를 기대했다.
유럽연합(EU)의 헤르만 반롬푀이 의장은 “무아마르 카다피가 죽었다는 소식은 리비아 국민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전제와 압제의 시대가 끝났음을 뜻한다”며 “그의 죽음은 리비아에 새로운 민주적인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연합은 공동 발표문을 통해 “사실상의 정부인 과도국가평의회가 리비아의 여러 정파들이 연합하고, 민주적이고 평화롭고 투명한 권력 이양이 이뤄질 수 있게 광범한 화해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다우닝 거리 10번지의 총리실 앞에서 “카다피의 죽음은 리비아에 민주적 미래를 가져올 기회이며, 1988년 로커비 상공의 팬암기 폭발 사건을 포함해 그의 희생자들이 기억할 만한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인도 뉴델리를 방문한 프랑스의 알랭 쥐페 외무장관도 “42년 동안의 폭정의 끝을 환영한다”며 “프랑스는 리비아에 자유를 가져오는 데 도움을 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며, 리비아에 민주와 자유, 국가 재건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리비아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이날 카다피의 소식을 듣고 “이제 리비아의 전쟁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라틴어로 “시크 트란시트 글로리아 문디”(이렇게 세상의 영광은 지나간다)라고 카다피의 종말을 표현하기도 했다. 카다피가 성매매 사건과 관련해 베를루스코니에게 도움을 줄 정도로 둘은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1911년부터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까지 리비아를 식민지로 지배했으며, 그 이후에도 리비아의 가까운 동맹이자 경제 파트너였다.
미국은 카다피의 사망 소식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최종 확인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파키스탄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카다피의 소식을 들은 직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짧게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리비아 트리폴리를 방문해 “카다피가 잡히거나 살해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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