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기념관 세우기로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회사 베엠베(BMW)의 대주주인 크반트 가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대한 협력 행위를 공개하고 강제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패션회사 후고 보스가 자신들의 나치 협력 행위를 공식으로 사과한 데 이은 것이다.
독일 주간 <빌트 암 존탁>은 6일 베엠베의 아우구스트 슈테판 크반트 이사가 옛 나치수용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2차 대전 때 베엠베 공장에서 일했던 강제노동자들을 위해 500만유로(약 77억원)를 들여 기념관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슈테판은 베엠베의 설립자인 귄터 크반트의 손자 가운데 하나다.
슈테판은 기념관 설립 계획에 대해 “매우 감명 깊게 생각한다”며 “나치정권 시절, 강제노역자를 기리는 중요한 과제의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크반트 가문이 내놓는 기념관 건립 기금은 역사적인 목적을 위해 개인이 내놓은 기금으로는 독일에서 사상최대 규모다.
앞서 지난 9월 크반트 가문은 베엠베의 나치 시절 행위에 대한 1200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2007년 한 텔레비전 방송이 이 문제에 대한 기록물을 보도한 뒤 시작된 것이다. 베엠베의 내부 자료를 활용한 이 보고서는 아돌프 히틀러의 제3제국과 귄터 크반트, 그의 아들 헤르베르트 크반트의 회사가 12년 동안 깊은 협력 관계에 있었음을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역사가 요아힘 숄티제크는 “크반트 가문과 나치의 범죄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였다”며 “이 집안은 나치 정권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크반트 가문이 집단수용소에서 데려온 5만명의 강제노동자들을 나치 정권과 계약한 무기 생산에 활용한 사실을 밝혔다. 이 가운데 수백명은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숨졌으며, 처형된 이들도 많았다. 또 크반트 가문이 나치가 유대인들로부터 압수한 수십개의 사업들을 넘겨받아 이익을 본 사실도 공개됐다.
귄터 크반트의 또다른 손자인 가브리엘레 크반트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크반트 가문과 나치의 관계에 대해 우리 가문이 오랫 동안 진실과 직면하기를 회피해온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독일의 세계적인 패션회사인 후고 보스도 제2차 세계대전 때 이 회사에 보내진 폴란드와 프랑스 출신 강제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공식 사과한 바 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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