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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베를루스코니 사퇴…로마 시민 환호

등록 2011-11-13 20:33수정 2011-11-13 22:17

‘90% 방송장악’ 힘으로 10년 권좌…국가부채 2조유로 육박
경제개혁안 통과됐으나 “작동 불능 가능성” 비관 전망도
12일 늦은 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로마의 대통령 관저에서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그가 수천명의 시민들을 피해서 옆문으로 도망치듯 빠져나올 때 시민들은 “어릿광대 가라” “어릿광대 그만둬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결국 사임했다. 이날 밤 대통령실에서 그의 사임 소식을 공식 발표하자, 비아 델 코르소 등 로마 도심에서 수천, 수만명의 시민들이 환호했고, 일부는 샴페인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군중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지만, 측근에게는 “나를 상당히 슬프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정치계에 입문해 3번에 걸쳐 모두 10년 가까이 집권했다. 그 기간 그는 돈세탁과 탈세, 마피아 연루, 미성년자 성매매 등 온갖 추문을 일으켰으나, 90%를 장악한 방송을 배경으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그동안 이탈리아 국채는 1조9000억유로로 치솟아 국가부도를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골칫거리였다.

연쇄적인 유럽의 경제위기 속에서 베를루스코니를 신뢰하지 않은 유럽 각국과 시장은 이탈리아 국채의 이자율을 위험 수위인 7%까지 올려놓았다. 결국 그는 지난 8일 의회의 투표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가 과반수에 못 미치자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2일 사임하기 직전 의회에서 경제개혁안을 찬성 380표, 반대 26표, 기권 2표로 통과시켰다.

이 경제개혁안에는 △부가가치세 인상 △연금 받는 나이 67살로 올림 △연료 가격 인상 △국가 자산 매각 등 정책들이 들어 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경제 상황을 빨리 안정시키기 위해 모든 정당들과 함께 새 총리 임명과 중립적인 내각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시민들의 희생이 필요한 정책을 순조롭게 집행할지, 그것이 이탈리아를 위기에서 건져낼지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는 “이탈리아의 경제개혁안은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 12달 안에 이번 개혁안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력한 후임 총리 후보는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지낸 마리오 몬티 밀라노 보코니대학 총장이다. 그러나 그는 경제개혁안 실행이라는 한시적 임무만 맡고, 그 뒤엔 새 총선거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베를루스코니에게는 현재 미성년자 성매매와 탈세, 뇌물공여 등 3건의 재판이 걸려 있다. 그가 국외로 도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그는 13일 한 보수정당에 보낸 편지에서 “경제 위기 시절 내가 해온 일에 긍지를 느낀다. 집권의 길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앞길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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