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유명가수 마카나, 45분간 ‘우리는 점령할거야’ 노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장에서 ‘월가 점령’ 시위를 지지하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12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와이키키 해변 리조트인 할레코아 호텔에서 열린 정상 만찬장에 생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초청가수로 등장한 하와이 현지 유명가수인 마카나(33·본명 매튜 스와링카비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등 21개국 정상들이 모인 그곳에서 처음에는 하와이 전통민요를 주로 불렀다. 그러다 만찬이 한창 무르익을 때쯤 재킷을 벗어 ‘알로하로 점령하라’(Occupy with Aloha)’라는, 자신이 직접 쓴 문구가 적힌 티셔츠 차림으로 자신의 신곡인 저항가요 ‘우리는 다수’(We are the many)를 불렀다. 이 노래는 워싱턴의 정치가들과 기업의 탐욕을 비판하는 등 ‘아큐파이 무브먼트’의 내용을 담은 곡이다. 이 노래는 “우리는 거리를 점령할 거야. 우리는 법원을 점령할 거야. 우리는 당신들의 사무실을 점령할 거야. 당신들이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명령대로 행할 때까지”라는 후렴이 계속 반복된다. 마카나는 자신에게 할당된 시간이 끝날 때까지 줄곧 이 노래를 다양한 템포로 바꿔가며 45분간 줄곧 이 노래만 불렀다.
마카나가 이 노래를 부르자 몇몇 정상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으나, 대부분의 정상들은 자기네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누느라 만찬장에 울리는 노래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마카나는 “나는 그들의 만찬을 훼방하고 싶진 않았다”며 “다만 무의식적으로라도 정상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마카나는 또 “내가 시간을 늘려가면서 계속 이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며 “매우 초조했다. 겁이 좀 났지만 매우 재미있었고 즐겼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 저항가요를 제대로 들었는지에 대해선 명확하지 않다. 백악관은 이에 대한 미 언론들의 확인 요구에 답변을 거절했다.
한편, 이날 만찬장 밖에서는 반세계화 시위대 등 약 400여명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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