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 기부 미국 기빙플레지 운동과 비슷
슈퍼부자 69명 동참…“특권이라 생각”
슈퍼부자 69명 동참…“특권이라 생각”
미국의 억만장자인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005년 9월 미국 버지니아주를 휩쓸고 지나간 카트리나 허리케인 참사 때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구호대책을 보다못해 구호품을 가득실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당시 부시 정권의 공공사업 민영화 대상 가운데 하나였던 연방재난관리국은 허리케인이 상륙한 지 5일이 지나서야 주민 탈출용 버스 제공을 승인했다.
버핏의 구호활동에 감명받은 한 할머니는 외친다. “역시 부자들이 나서야 문제가 풀리는구먼.”(랄프 네이더 저서 <슈퍼리치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 가운데)
그로부터 5년 뒤 2010년 6월 버핏은 빌 게이츠 부부와 함께 ‘기빙플레지’(기부서약)운동에 착수했다. 미국의 슈퍼부자들을 대상으로 재산의 절반가량을 생전 또는 사후에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서약을 받는 운동이다. 기부서약운동은 출범 1년반 만에 버핏 자신도 놀라울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다. 기빙플레지 홈페이지를 보면, 올 4월 현재 69명의 수퍼 부자들이 기부서약에 동참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추정하고 있는 억만장자 403명의 10%가 넘는 수치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기부서약 금약은 175조원을 넘어섰다. 현재는 그 금액이 200조원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부서약자 가운데는 버핏과 빌게이츠는 물론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테드 터너 시엔엔 창업자, 래리 엘리슨 오러클 공동창업자, 폴 앨런 전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조지 루커스 영화감독 등 유명인들이 포함돼 있다.
기빙플레지와 비슷한 안철수 기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14일 안철수연구소 지분절반(약 1500억원 상당)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자녀의 교육비 명목으로 사회환원 의사를 표명한 것은 ‘기빙플레지’ 운동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안 원장의 연구소 지분 절반 사회 환원 의사는 그런 점에서 한국 재벌총수들의 사재출연과는 달리, ‘기빙플레지’ 운동에 근접해 있다. 슈퍼부자가 자신의 막대한 부를 자본주의체제의 최대수혜로 쌓은 만큼, 그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도덕적 사회적 책무로 인식하는 발상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것은 검찰 수사와 사회적 지탄을 면하기 위해 마지못해서 재산을 출연한 한국의 재벌총수의 사재출연 행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6년 2월 사재 8000억원을 사회환원하겠다고 선언하고, 정몽구 회장이 2006년 4월과 올 8월 각각 두차례걸쳐 1조5천억원의 출연을 발표했지만 이는 비리사건에 연루돼 검찰수사와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게 제기된 시점이었다. 안철수 원장은 14일 안철수 연구소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 해주기로 한 몇명의 친구들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합니다. 뜻있는 다른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봅니다”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저커버그 “기부행위는 사회변화 기회” “기업경영에서 성공을 거둔 젊은 세대는 일찌감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기부행위가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지켜볼 기회가 있다.” 지난 9월 9억명의 가입자를 돌파한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해 10월 69억달러로 추산되는 재산의 절반을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출연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포브스> 추정 57억달러의 자산가인 일리아 브로드와 그의 부인 이디스는 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게재된 서약편지에서 절반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내겠다고 서약하는 편지에서 “누군가는 이를 기회, 다른 누군가는 이를 책임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는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내 재산을 기부하고자 한다”고 했으며, 비지니스 와이어 창업자 로리 로키, 록펠러 가문의 데이비드 록펠러 등은 이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해야 할 ‘의무’를 강조했다. 워렌 버핏은 기부운동에 머물지 않고 자신과 같은 슈퍼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으라며 부자증세운동에도 전면에 나서고 있다. 2010년도 한해만 693만8744달러의 연방소득세를 낸 그는 지난 8월 15일치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슈퍼부자 감싸기를 멈춰라’라는 글에서 미국 의회에게 연 수입 100만달러 이상의 부자들에게 증세를 해서 재정위기를 돌파하라고 제안했다. 부자들로부터 펀드를 조성해 머니게임으로 재산을 불려주는 일로 막대한 재산을 형성한 그는 미국이 재정파탄상태에 빠지자 부자감세 정책 중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슈퍼부자들의 기부행위 한계도 있지만 물론 슈퍼부자들의 기부행위가 박수만 받는 게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8월8일치 파블로 아이젠버그 미 조지타운대학 공공정책 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한 기부관련 전문지에 기고한 글을 소개하면서 “이들의 기부가 주로 대학과 병원, 의료단체, 문화예술기관 등에 집중되고 있으며, 사회단체나 풀뿌리 운동, 빈민과 소수인들을 위한 비정부기구는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기부서약이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가’라는 비판기사에서 아이젠버그 글을 인용해 예컨대 보건분야의 경우 “기부는 거의 예외없이 잘나가는 큰 병원이나 대학 등이 가져간다”면서 “빈민들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는 게이츠 앤 멀리다 재단은 오히려 예외”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기부서약이 지나치게 ‘미국적’이라며 세금보다는 기부가 유리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함브르크의 거부인 페터 크레머는 지난해 8월8일 이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기부액의 대부분이 세금 혜택을 받기 때문에 부자들은 기부와 세금을 놓고 선택을 하게 된다”며 “그들이 기부를 선택할 경우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정부가 아닌 극소수의 부자들이 결정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슈퍼부자들의 기부운동은 1%의 부자 독점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노골화하면서 ‘카지노자본주의’를 넘어설 하나의 대안으로 미국의 울타리를 넘어서 확산되고 있다. 영국정부는 지난달 재산의 10%를 기부할 경우 현행 40%인 상속세 세율을 36%로 낮춰준다고 ‘유산 10’ 운동을 개시했다. 김도형 선임기자aip209@hani.co.kr
안 원장의 연구소 지분 절반 사회 환원 의사는 그런 점에서 한국 재벌총수들의 사재출연과는 달리, ‘기빙플레지’ 운동에 근접해 있다. 슈퍼부자가 자신의 막대한 부를 자본주의체제의 최대수혜로 쌓은 만큼, 그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도덕적 사회적 책무로 인식하는 발상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것은 검찰 수사와 사회적 지탄을 면하기 위해 마지못해서 재산을 출연한 한국의 재벌총수의 사재출연 행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6년 2월 사재 8000억원을 사회환원하겠다고 선언하고, 정몽구 회장이 2006년 4월과 올 8월 각각 두차례걸쳐 1조5천억원의 출연을 발표했지만 이는 비리사건에 연루돼 검찰수사와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게 제기된 시점이었다. 안철수 원장은 14일 안철수 연구소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 해주기로 한 몇명의 친구들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합니다. 뜻있는 다른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봅니다”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저커버그 “기부행위는 사회변화 기회” “기업경영에서 성공을 거둔 젊은 세대는 일찌감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기부행위가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지켜볼 기회가 있다.” 지난 9월 9억명의 가입자를 돌파한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해 10월 69억달러로 추산되는 재산의 절반을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출연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포브스> 추정 57억달러의 자산가인 일리아 브로드와 그의 부인 이디스는 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게재된 서약편지에서 절반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내겠다고 서약하는 편지에서 “누군가는 이를 기회, 다른 누군가는 이를 책임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는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내 재산을 기부하고자 한다”고 했으며, 비지니스 와이어 창업자 로리 로키, 록펠러 가문의 데이비드 록펠러 등은 이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해야 할 ‘의무’를 강조했다. 워렌 버핏은 기부운동에 머물지 않고 자신과 같은 슈퍼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으라며 부자증세운동에도 전면에 나서고 있다. 2010년도 한해만 693만8744달러의 연방소득세를 낸 그는 지난 8월 15일치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슈퍼부자 감싸기를 멈춰라’라는 글에서 미국 의회에게 연 수입 100만달러 이상의 부자들에게 증세를 해서 재정위기를 돌파하라고 제안했다. 부자들로부터 펀드를 조성해 머니게임으로 재산을 불려주는 일로 막대한 재산을 형성한 그는 미국이 재정파탄상태에 빠지자 부자감세 정책 중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슈퍼부자들의 기부행위 한계도 있지만 물론 슈퍼부자들의 기부행위가 박수만 받는 게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8월8일치 파블로 아이젠버그 미 조지타운대학 공공정책 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한 기부관련 전문지에 기고한 글을 소개하면서 “이들의 기부가 주로 대학과 병원, 의료단체, 문화예술기관 등에 집중되고 있으며, 사회단체나 풀뿌리 운동, 빈민과 소수인들을 위한 비정부기구는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기부서약이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가’라는 비판기사에서 아이젠버그 글을 인용해 예컨대 보건분야의 경우 “기부는 거의 예외없이 잘나가는 큰 병원이나 대학 등이 가져간다”면서 “빈민들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는 게이츠 앤 멀리다 재단은 오히려 예외”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기부서약이 지나치게 ‘미국적’이라며 세금보다는 기부가 유리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함브르크의 거부인 페터 크레머는 지난해 8월8일 이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기부액의 대부분이 세금 혜택을 받기 때문에 부자들은 기부와 세금을 놓고 선택을 하게 된다”며 “그들이 기부를 선택할 경우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정부가 아닌 극소수의 부자들이 결정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슈퍼부자들의 기부운동은 1%의 부자 독점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노골화하면서 ‘카지노자본주의’를 넘어설 하나의 대안으로 미국의 울타리를 넘어서 확산되고 있다. 영국정부는 지난달 재산의 10%를 기부할 경우 현행 40%인 상속세 세율을 36%로 낮춰준다고 ‘유산 10’ 운동을 개시했다. 김도형 선임기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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