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도 거론
원자바오 “외부세력 개입 안돼”
원자바오 “외부세력 개입 안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얀마(버마) 민주화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와 전화 통화하고 다음달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미얀마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미얀마의 국제사회 복귀 길을 여는 신호탄인 동시에, 또다른 대중국 압박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에 18일(현지시각)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오는 도중 에어포스원에서 수치와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1년 전 이뤄진 수치에 대한 가택연금 해제 및 정치 수감자 석방 등 최근 미얀마 정부의 일련의 조처를 평가하며 “어둠의 세월을 지나 우리는 지난 몇주 동안 미얀마에서 진보의 불빛이 깜빡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군부가 주도한 총선참여를 거부했던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이날 보궐선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혀, 수치의 출마가 주목된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개혁 진척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다음달 미 국무장관으로선 50여년 만에 미얀마를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국의 미얀마에 대한 이런 유화 움직임이 중국 주변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제고를 노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미얀마에 경제진출 전략을 본격화한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아온 미얀마의 거의 유일한 친구나라였다. 이에 따라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아시아 귀환’을 분명히 하며 긴장감이 감돌았던 미-중 관계는 19일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 이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과 동남아 국가가 분쟁중인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의제로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날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중국 정상회의 연설에서 “외부 세력이 핑계를 대며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미국의 개입 움직임에 미리 선을 그었다. 2005년 출범한 동아시아정상회의에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가 참여해 왔지만, 이번 회의부터 미국과 러시아가 정식 참여한다. 중국 쪽은 의제를 경제 협력에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남중국해·핵비확산·재난구조 협력을 들고 있다. 김규원 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ch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