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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스트로스칸 사건 ‘음모의 배후’
사라진 블랙베리는 알고 있다?

등록 2011-11-27 15:59수정 2011-11-27 18:59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뉴욕 호텔서 ‘휴대폰 해킹’ 경고 문자와 함께 사라져
CCTV 속 ‘두 남자 환호’ 등 언론서 의혹제기 ‘봇물’
사르코지쪽 겨냥 “정적제거 목표 의도성 배제 못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은 정치적 희생양인가?’

지난 5월14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뉴욕 호텔의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수갑을 찬 그의 모습은 한 달 반 가량 전세계 톱뉴스를 달궜다.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에 맞설 사회당의 유력 한 대선 후보였던 그는 그렇게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피해 여성인 나피사투 디알로의 진술은 여기저기 ‘구멍’ 투성이었다. 급기야 뉴욕 검찰은 디알로를 신뢰할 수 없다며 스트로스칸에 대한 공소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뭔가 ‘음모’가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미국 <뉴욕 리뷰 오브 북>은 스트로스칸의 성폭행 사건 당일 벌어진 일들을 시간대별로 취재해 26일(현지시각) 석연찮은 점들을 보도했다. 보도를 통해 드러난 징후들은 공교롭게도 사르코지 대통령 쪽을 향하고 있어, 향후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 사라진 블랙베리 ‘음모론’이 시작되는 지점엔 스트로스칸의 잃어버린 ‘블랙베리 스마트폰’이 있다. 그는 사건 당일 이 휴대폰으로 프랑스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 파리 사무실에서 임시 연구원으로 일하는 친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당신이 블랙베리로 부인에게 보낸 이메일 중 적어도 하나를 대중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읽었다”는 내용이었다. 외교관 친구로부터 그를 스캔들로 곤혹스럽게 만들려고 한다는 소문들을 들었던 바 있던 그는 오전 10시7분께 프랑스에 있는 아내 앤 싱클레어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블랙베리가 해킹되는지 알아볼 전문가를 찾아봐달라고 한 통화기록도 남았다.

하지만 사건 이후 블랙베리폰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사건 당일 낮 12시51분, 호텔에서 마지막으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잡힌 걸 끝으로 전원이 끊겼다. 누군가 일부러 전원을 껐다는 얘기다. 하지만 호텔에선 휴대폰을 찾지 못했단 답변만 돌아왔다. 스트로스칸과 디알로를 포함해 사건 전후 방에 드나든 사람 중 하나가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 방에는 사건 전인 낮 12시5분 아침식사 접시를 가지러온 룸서비스 직원 사이드 헤이크와 사건 이후 디알로와 함께 온 객실관리 책임자 레나타 마르코자니가 드나든 기록이 남았다.

■ 의문의 방 의문이 발생하는 지점은 또 있다. 호텔 카드키 기록과 스트로스칸의 통화 기록, 각종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기록을 보면 성폭행 사건은 낮 12시6, 7분에서 13분 사이에 일어났다. 디알로가 이날 낮 12시6분께 카드키로 방에 들어간 기록이, 스트로스칸이 이날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로 한 딸 카미유에게 약속 시간에 늦겠다고 전화를 건 시간이 12시13분이었다. 결국 6~7분 사이에 성폭행(디알로 쪽 주장) 또는 합의하에 성관계(스트로스칸 쪽 주장)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디알로의 행보도 이해하기 힘들다. 디알로는 사건 직후 스트로스칸의 방에서 나온 뒤 곧바로 신고를 한 게 아니라 계속 브이아이피(VIP) 룸이 있는 28층에 머물며, 낮 12시26분께 2820호에 들어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방 투숙객이 아직 체크아웃을 하기 전인 시간이다. 디알로는 이날 아침에도 여러 차례 이 방을 드나들었다. 하지만 그는 검찰 조사 당시 “무서워서 복도에 숨어있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검찰이 디알로의 진술 신빙성을 의심하기 시작한 대목이다. 도대체 이 방엔 누가 있었던 걸까. 호텔 쪽은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이 방 투숙객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호텔 쪽의 상식적이지 않은 대응도 미심쩍긴 마찬가지다. 성폭행 사실을 호텔 안전 요원과 경영진에게 ‘공식’ 보고한 시각은 낮 12시42분. 하지만 보완요원들이 911에 신고한 시간은 오후 1시31분께를 넘어서다. 호텔 보안담당 국장인 존 쉬한이 호텔 엔지니어인 브라이언 이어우드와 익명의 남성에게 문자를 보낸 뒤에서야 신고가 이뤄진 것이다. 성폭행 피해자인 디알로는 사건 발생 거의 4시간 만인 오후 3시57분이 돼서야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그 시간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의문은 소피텔 호텔을 보유한 것이 프랑스의 ‘아코르’ 그룹이라는 점과 맞물리면서 음모론으로 커진다. 사건 당시 집에 머물고 있던 아코르의 존 쉬한 보안국장이 호텔로 오는 길에 아코르 그룹의 보안 총책임자 르네 조르주 퀘리와 통화했다. 퀘리는 당시 사르코지 대통령이 앉기로 예정된 파리의 축구경기장 특별석에서 경기를 관람하기로 돼 있었다. 또한 아코르 그룹 2인자로 꼽히는 자비에 그라프가 “내가 스트로스칸을 낙마시킨 주인공”이라고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이 <르 피가로>를 통해 폭로되면서 음모론은 더욱 증폭됐다. 그라프는 당시 호텔에서 발생한 모든 비상상황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이후 그는 “당일 저녁까지 어떤 전화나 메시지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메일은 그저 “농담”이라고 주장했다.

■ 시시티브이 속 환호 호텔 시시티브이에 잡힌 ‘이상한 장면’도 의문을 부추긴다. 시시티브이에는 호텔 쪽이 성폭행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난 2~3분 뒤, 엔지니어인 이어우드와 디알로와 함께 보안 사무실로 내려왔던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이 사무실 옆 공간에서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며 박수를 치는 모습이 찍혀 있다. 이 두 사람은 무려 3분 가까이 그곳에서 춤까지 추며 기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은 호텔 쪽이 연계된 이런 의혹을 보도하면서도, 소피텔 쪽이 사건 처리 당시 스트로스칸 체포가 야기할 정치적 파장을 고려했는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미 한가지 확실해진 건 스트로스칸은 더이상 사르코지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스트로스칸 쪽의 변호인인 윌리엄 테일러는 “스트로스 칸이 자신을 정치적 맞수로 여겨 무너뜨리려는 세력의 의도적인 목표물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소피텔과 이 호텔 소유사인 아코르 그룹이 나서서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모두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장 프랑수아 코페 대중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완전히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되레 사르코지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할 기회를 망치기 위한 술수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의문점들이 드러나며, 끝났던 것으로 여겨졌던 사건은 이제 어디로 튈지 알 수없게 되어버렸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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