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폐기물 오염 줄인 원자로
중 국영기업 “연구 진행중”
중 국영기업 “연구 진행중”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중국 국영기업과 신형 원자로 공동 개발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원전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국영 중국핵공업집단공사의 쑨친 회장은 지난 2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 포럼 연설에서 “빌 게이츠가 우리 회사와 함께 신형 원자로 공동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고 <중국신문사>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5일 보도했다. 쑨 회장은 “게이츠가 설립한 회사가 우리와 협력중이며, 그가 며칠 안에 우리 회사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쑨 회장이 신형 원자로 기술에 대한 세부적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중국핵공업집단공사 홈페이지에는 게이츠가 회장을 맡고 있는 테라파워가 2009년부터 핵공업집단공사와 진행파원자로(TWR, Travelling Wave Reactor) 개발과 관련해 협의를 하고 있으며, 게이츠가 이미 최소 2차례 핵공업집단공사를 방문했다는 소식이 나와 있다. 게이츠는 지난 6월 중국핵공업집단을 방문해 협력 문제를 논의했고, 9월에는 테라파워의 존 길랜드 최고경영자가 쑨친 회장과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다.
진행파원자로의 개념은 오랫 동안 이론상으로만 존재했지만, 게이츠의 친구인 네이썬 미르볼드가 이 이론을 활용해 개발에 들어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게이츠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직에서 은퇴한 뒤 청정 에너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테라파워가 설계한 진행파원자로는 아직 상용화되거나 시험가동된 적이 없다. 기존 원전의 경수로는 7년에 한번씩 연료를 주입해야 하지만 테라파워는 진행파원자로가 원전을 가동할 때 나오는 우라늄 폐기물을 재활용해 100년 이상 연료 공급이 필요없는 차세대 원전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폐기물이 적기 때문에 오염이 적은 청정기술이며, 우라늄 농축이나 재처리를 줄여 핵무기화 위험도 줄인다는 게 테라파워 쪽의 설명이다.
테라파워는 진행파원자로를 구매해 실제로 가동할 국가를 찾아왔다. 중국이 그 첫 국가가 될지 아직은 분명치 않지만,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가다. 샤먼대학 중국에너지경제연구소의 린보창 소장은 “중국의 거대한 핵에너지 시장을 고려하면 게이츠에게 중국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국 정부는 신규원전 허가를 보류하고 기존 원전 안전 점검에 나섰으나, 최근에는 국가핵안전국이나 핵공업집단공사 등을 중심으로 원전 계획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재 13기의 원전이 가동중인데, 생산 전력은 10.8GW(기가와트)로 중국 전력 수요의 2%도 안 된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전 설립된 중국의 ‘원자력산업 장기발전계획’은 2050년까지 160여기의 원전을 건설해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400GW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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