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지역선관위원장 폭로
시위 확산…고르비 ‘재선거’ 요구
시위 확산…고르비 ‘재선거’ 요구
지난 4일 총선 이후 푸틴 반대 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러시아에서, 집권당의 요구에 따라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폭로가 나왔다.
<에이피>(AP) 통신은 6일 익명을 요구한 모스크바 지역의 한 선관위원장이 “여당의 요구대로 65% 득표율을 맞추기 위해 투표를 조작했다”고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총선 전 집권 통합러시아당 등 주요 4당은 각각 얼마만큼의 득표율을 가져갈 것인지 협상을 벌였다. 푸틴 당은 애초 68~70%를 요구하다 65%로 합의했다.
이 위원장은 “선관위 직원들이 미리 기표된 투표용지를 한번에 최대 50장씩 투표함에 몰래 넣었다”고 말했다. 또 ‘65% 달성’에 한계가 있자, 투표권이 없는 이주민까지 동원했다고 전했다.
공식 발표된 총선 결과에서 통합러시아당의 전국 득표율은 49.5%였는데, 그는 “실제 득표율은 25%”라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푸틴 대세론’이 밖에서 보는 만큼 강고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도 심상치 않다. 본격 시위 이틀째인 6일엔 모스크바는 물론 푸틴 총리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각지에서 수천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몰려나왔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도 7일 집권당에 선거 무효화와 재선거를 요구했다. 러시아 정부는 1만여명 규모의 치안유지군을 배치하고,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 등 500여명의 시위자를 연행하는 ‘채찍’을 휘둘렀다. 푸틴이 “내년 3월 대선 이후 개각하겠다”는 ‘당근’도 제시했지만, 시위대는 7일 페이스북 등을 통해 매일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서구 언론들은 은근히 ‘러시아의 봄’ 군불 지피기에 들어갔다. 포문은 지난 10월 이미 한차례 푸틴을 ‘몰락한 카다피’에 비교했던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이 열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푸틴 총리, 아랍의 봄이 당신 곁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외신들은 러시아 시위가 리비아나 시리아 같은 대규모 시위로 번질지, 칼럼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전문가들 사이에는 내년 3월 푸틴의 대통령 복귀가 무산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그를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푸틴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가 문제인데, ‘노회한’ 그가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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