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미국의 참견에 발끈
“힐러리 클린턴이 반정부 시위를 선동했다.”
총선 부정선거 항의시위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해왔던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총리가 미국을 향해 ‘발끈’하고 나섰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9일 푸틴이 지지자들과의 모임에서 “클린턴이 분위기를 잡았고, 일부 활동가들이 이 신호를 파악하고 미 국무부의 도움으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 유권자들은 선거 조작에 대한 철저한 조사 결과를 알 권리가 있다”고 밝힌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는 클린턴 개인에 대한 분노라기보다는, 부정선거 국면을 ‘미국 등 서구의 개입’ 대 ‘러시아 주권 수호’ 구도로 몰고가려는 푸틴의 ‘전략’으로 읽힌다. 그는 “미국이 라이벌 핵 강대국의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러시아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고 수억달러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자금 지원을 받는 민간 선거감시기구와 관련해 “국외의 돈이 선거 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키르기스스탄이나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졌던 색깔 혁명이 다시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서구식 민주주의의 바람이 부는 것을 경계했다.
10일 모스크바에서 예정된 대규모 부정선거 규탄 시위엔 페이스북과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브콘탁테를 통해 이미 5만여명이 참가 서명을 한 상태다. 정부는 3만명까지 집회를 허용하되, 애초 예정됐던 ‘혁명광장’ 대신 통제가 쉬운 ‘늪광장’으로 장소를 바꾸도록 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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