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최대 15만명
전국 부정선거 항의시위
시위대 장기전 전략 고심
전국 부정선거 항의시위
시위대 장기전 전략 고심
“단순한 집회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10일 오후 모스크바 ‘늪광장’에서 열린 총선 부정선거 항의시위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집권이후는 물론, 1991년 옛 소련 해체이후 20여년 만에 최대의 인파를 기록했다. 러시아 경찰 추산 2만5000명에서 주최쪽 집계 최대 15만명이다.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60개 도시에서도 반정부 집회가 이어졌다.
하지만 집회 조직자 중 한 사람인 월간지 <보크루크 스베타>의 편집장 세르게이 파르호멘코는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성공에 대한 기쁨 대신, 앞날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의 시위는 (푸틴 정권에 대한) 긴 저항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반정부 활동가인 블라디미르 밀로프 전 에너지 장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은 금방 피곤해지고,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대의 에너지를 보존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정부 활동의 초점을 이번 총선이 아닌 내년 대선에 ‘장기전’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야권은 일단 2주 뒤인 24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다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실제 이날 시위 참가자들의 분위기도 ‘급격한 변화 요구’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75살의 은퇴한 전기공 출신 에른스트 크랴비츠키는 <로이터>통신에 “나는 혁명이 아닌 재선거를 원한다”고 말했다. 부정선거에는 반대하지만 여전히 푸틴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반정부 시위대쪽이 ‘전략부재’에 직면해 있는 반면, 시위대가 제풀에 지치길 기대하는 노회한 푸틴의 ‘외유내강 전략’은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집회장소를 통제하고 테러 경계를 강화했을 뿐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 공영 방송에서 집회장면을 내보내는 깜짝 ‘여유’를 선보이기도 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틀 간의 침묵을 깨고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시위대의 요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정부는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을 모두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전날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브콘탁테 고위 관계자를 소환하는 등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통제 수위도 높이고 있다. 반정부 활동의 근거지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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