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사 설계 주상복합
테러직후 세계무역센터 닮아
유족들 “선정적 홍보” 비판
테러직후 세계무역센터 닮아
유족들 “선정적 홍보” 비판
서울 용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라며 공개된 국제업무지구 주상복합 아파트의 디자인(왼쪽 사진)이 9·11 테러 직후 먼지구름에 싸였던 세계무역센터 건물(오른쪽)을 연상시킨다는 주장이 해외 언론에서 제기됐다.
네덜란드 설계회사인 엠베에르데베(MVRDV)는 지난 6일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조성할 23개 초고층 빌딩에 대한 ‘기획설계 결과 보고회’에서 60층(300m)과 54층(260m) 빌딩 2개를 고층에서 구름다리를 잇는 것처럼 하나로 연결하는 ‘클라우드 디자인’ 방식의 주상복합 아파트 설계도를 공개했다. 이 기획설계안은 논의를 거쳐 내년 3월 계획설계 단계로 확정될 예정이다.
논란은 네덜란드 신문인 <알헤메인 다흐블라트>가 9일 “이 건물이 (9·11 테러 직후의) 트윈타워를 연상시킨다”고 1면에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엠베에르데베 누리집에는 항의와 협박 글이 빗발치면서 “알카에다 추종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엠베에르데베는 “9·11 테러를 연상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우리가 왜 그렇게 하겠느냐”며 “단지 구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려 했고, 빌딩 설계에서 흔한 방식”이라고 누리집에 밝혔다. 그러면서도 “설계도를 보고 마음이 상한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논란은 쉬 꺼지지 않았다. 9·11 테러로 소방관 아들을 잃었던 짐 리치스는 10일 <뉴욕 데일리 뉴스>를 통해 “거짓말이다. 그들(설계자)은 테러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다. 선을 넘은 처사”라며 “설계가 건물 잔해를 토해내는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너무 똑같다. 유명세를 타려고 선정적인 방법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11일 새벽 현재, <엠에스엔비시>(MSNBC) 여론조사에선 이번 설계에 대해 33%가 ‘9·11을 의도한 것’이라고 봤고, 36%는 ‘9·11과 상관없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30%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9·11을 연상시킨다’고 답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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