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해결 공동행동 2010’ 회원들이 14일 낮 일본 도쿄 외무성 청사 앞에서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는 인간띠 잇기 행사를 하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미국·캐나다·대만·독일·영국·이탈리아·필리핀·일본…
“굽히지않는 의지 감탄” 일본에 항의집회 잇따라
홀로코스트 생존자, 위안부할머니 만나 “이길 수 있다”
“굽히지않는 의지 감탄” 일본에 항의집회 잇따라
홀로코스트 생존자, 위안부할머니 만나 “이길 수 있다”
1000번째 수요일, 세계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주름진 손을 어루만졌다. 열댓살 앳된 소녀들을 끌고가 하루 평균 30명의 군인들을 상대하는 성노예로 삼았던 참혹한 전쟁범죄에 대해 8개국 42개 도시의 수천명은 한마음으로 슬퍼하고, 분노하며, 연대하는 ‘수요일’을 보냈다.
미국 뉴욕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1000번째 수요시위를 기념해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위로하는 행사가 열렸다. 13일(현지시각) 뉴욕 퀸즈버러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83)·이옥선(85) 할머니와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하네 리브만, 에텔 카츠 등이 참석했다. 15살에 대만에 있는 일본군 가미카제 부대로 끌려갔던 이용수 할머니는 카츠의 손을 잡고서 “같은 아픔을 겪은 분들이라 우리 아픔을 잘 알 것이라 믿는다”며 “일본의 만행을 알리려고 미국에 왔고, 일본 왕은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츠는 “인생에서 성취해야 할 목표를 갖고 노력하면 그들(일본)을 이길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화답했다. 행사를 마련한 쿠퍼버그 홀로코스트센터와 한인 유권자센터는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내용의 서명을 받은 청원서 등을 16일 유엔 주재 일본 대표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또 14일에는 워싱턴 일본대사관 앞에서 지역 한인단체들이 ‘세계연대 수요시위 동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20여년 동안 이어진 수요시위의 피맺힌 외침은 캐나다·대만·독일·영국·이탈리아·필리핀·일본 등에서도 메아리쳤다.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14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연대의 뜻을 표명하는 항의 집회가 열린다. 지역 역사 공부 모임 회원 등이 주도해 300여명의 교사, 학생, 일반 시민 등이 집회를 연 뒤 일본대사관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문건을 전달할 계획이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토론토에서 오타와까지 갈 예정인 16살 여중생 나나 배리마예나는 “나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사과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이는 적어도 피해자들의 영혼을 위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여성단체들은 13일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14일에는 타이베이에서 촛불 콘서트를 열어 1000번째 수요시위를 기념했다. 필리핀 여성단체도 “80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쇠약한 몸을 이끌고 변함없이 시위를 이어가는 의지에 감탄하며, 이들은 세계로부터 지지와 존경을 얻을 것”이라는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역사적 가해자였던 일본에서는 반성과 연대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14일 도쿄에서는 지난해 결성된 전국 네트워크조직 ‘위안부 문제해결 공동행동 2010’ 주최로 시민 1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외무성 청사를 인간띠로 에워싸는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위안부 강제연행 피해자들의 인권 확립을 위해 일본이 진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와타나베 미나 공동행동 2010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말로는 사죄한다고 해왔지만, 지금은 교과서에서도 그 내용이 빠져버렸다”며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가 우선돼야 하며, 피해자가 한 분이라도 더 살아 있을 때 하루빨리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 전국에서 260여 시민단체가 연대의 뜻을 밝혔으며, 삿포로와 시즈오카, 후쿠오카, 히로시마, 오키나와 등지에서도 별도의 응원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지던 외무성 청사 건너편으론, 일본 우익단체 소속 회원 100여명이 일장기를 들고 “위안부 강제연행은 거짓말”이란 구호를 외치며 반대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워싱턴 도쿄/권태호 정남구 특파원·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하지만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지던 외무성 청사 건너편으론, 일본 우익단체 소속 회원 100여명이 일장기를 들고 “위안부 강제연행은 거짓말”이란 구호를 외치며 반대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워싱턴 도쿄/권태호 정남구 특파원·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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