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거수술비 대라” 시위
프랑스 여성들이 역사상 최악의 성형수술 스캔들로 패닉에 빠졌다.
영국 <가디언>은 14일 공업용 실리콘으로 가슴확대 수술을 받은 여성들이 프랑스 파리 보건부 앞에서 첫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정부가 보형물 제거 수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프랑스 남부의 ‘폴리 임플란트 프로스시시스’(PIP)라는 세계적 실리콘 보형물 생산 업체가 연간 약 10억 유로를 절약하기 위해 의학용 대신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해왔음이 드러나면서 부터다. 지난 10년간 프랑스에서만 약 3만명의 여성이 이 보형물을 가슴에 삽입했다. <가디언>은 영국과 스페인에서도 수천명의 사람들이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재 회사는 문을 닫았고, 2천여명의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피해 여성들은 자신들의 삶을 ‘생지옥’으로 표현했다. 실리콘이 터질까봐 등만 대고 자야 하며, 과격한 신체활동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공업용 실리콘’을 가슴에 넣고 다닌다는 공포감이다.
노르망디에 사는 48살 여성은 “검진 결과, 실리콘에는 아직 문제가 없다지만 제거 수술을 받을 것”이라며 “한순간에 터져버릴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몸매 콤플렉스로 인한 우울증 탓에 고통받아왔지만 능력이 없어 수술을 못 받았다. 40대 후반이 돼서야 돈을 모아 수술을 하고, 자신감도 생기고, 항우울제도 끊었다. 하지만 이내 실리콘 보형물이 ‘독’이라는 걸 깨달아야 했다고 말했다.
57살 실비에는 유방암 수술을 한 뒤 가슴을 회복하기 위해 가슴성형 수술을 받은 경우다. 하지만 그녀는 “보형물이 새어 나와, 겨드랑이에 실리콘 젤로 가득찬 네 개의 혹을 달고 다닌다”며 “유방암 화학요법 치료 중이라 제거 수술도 못 받았다”고 하소연 했다. 32살 오드레의 사연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그녀는 “가슴에 보형물을 삽입한 채로 8개월 동안 모유수유를 했다”며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했다.
공업용 실리콘과 암 발생의 상관관계도 도마에 올랐다. 영국 보건의료 당국은 올해 PIP 보형물 때문에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프랑스 의사들은 비록 터지지 않았더라도, 예방을 위해 보형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PIP 제품으로 수술받은 여성들은 터지거나 새지 않았는지 정기적으로 검진받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약 2만1천명이 가슴 확대 수술을 받는다. 지방흡입과 주름살 제거 수술에 이어 가장 대중적인 성형수술이다. 외과의사들은 이번 스캔들 이후로 가슴확대 수술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인 도미니크 푸아투는 “우리의 피해가 성형수술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이번 스캔들은 범죄”라고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또 다른 피해자인 도미니크 푸아투는 “우리의 피해가 성형수술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이번 스캔들은 범죄”라고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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