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파리시장 때 측근비리 눈감아
프, 국가지도자에 이례적 유죄
프, 국가지도자에 이례적 유죄
자크 시라크(사진) 전 프랑스 대통령이 20여년 전 파리 시장으로 일했던 시절 독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독일 나치에 협력해 2차 세계 대전 종전 뒤 종신형을 받은 필립 페탱 총리 이후 프랑스 국가 지도자가 유죄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15일 <에이피>(AP) 통신은 시라크 쪽이 유죄 평결이 나온 직후 “분명히 이의가 있지만,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시라크는 파리 시장으로 재직했던 1990~1995년 공화국연합당(RPR) 측근들이 파리시에서 월급을 탈 수 있도록 21개의 일자리를 꾸며내 150만유로의 공금을 착복하도록 하고, 7개의 일자리와 관련해 이해상충 문제를 눈감아서 공적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두 가지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선고됐다. 시라크는 지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대통령을 지내면서 기소가 미뤄졌으나, 지난 3월 재판에 회부됐다. 법원은 시라크에게 최대 10년 징역과 15만유로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지만, 고령과 건강 문제, 전직 국가 수반으로서의 위치 등을 고려해 2년의 징역형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시라크는 현재 79살로 기억상실 등의 문제로 재판에 출석하지는 않았다.
시라크 쪽은 항소 포기 뜻을 밝힌 뒤 “서글프게도 진실을 찾는 전투를 이끌만한 힘이 남아있지 않다”며 “나는 프랑스 국민의 단합과 프랑스의 위대함, 평화를 위한 행동 말고는 어떤 욕망이나 동기를 갖지 않았던 사람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동포들에게 최종적 판단을 맡긴다”라고 밝혔다. 시라크의 변호사는 “시라크는 적어도 자신이 사적으로 이득을 취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유죄 판결에 대한 여론은 엇갈린다. 정치개혁 운동단체를 포함해 시라크에 대한 비판자들은 이번 판결이 정치엘리트와 평범한 시민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시라크의 지지자들과 일부 여론은 시라크의 업적을 폄하해선 안된다고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