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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튀니지 26살 야채행상 분신 1년
‘아랍의 봄’ 진행형

등록 2011-12-18 18:45

국민저항 불러 독재 축출
이집트·리비아까지 영향
군부의 탄압 등 여전
민주화 완성 아직 험난
모하메드 부아지지. 그는 1년 전 튀니지의 낙후한 도시 시디부지드의 관청 앞에서 온몸을 불살랐다. 대학을 다니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26살의 튀니지 청년은 길거리에서 손수레를 끌고 과일과 야채를 팔았다. 수입은 한달에 150달러도 안 되는데, 어머니와 여동생 등 8명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그의 소박한 꿈은 빨리 돈을 모아서 손수레를 소형 트럭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하지만 뇌물을 요구하던 관리들에게 손수레를 뺏기고 수모를 당했던 지난해 12월17일, 부아지지는 자신의 몸에 석유를 붓고 불을 당겼다. 사나운 불길은 청년의 꿈도, 사랑도, 삶도 삼켜버렸지만, 그냥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부아지지와 다를 것 없는 가난한 청년들과 가족들이 거리로 뛰쳐 나왔다. 더 큰 분노의 불길이 사람들의 가슴에 피어올랐고, 튀니지의 독재자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대통령은 부아지지가 숨진 지 9일 만인 지난 1월14일 23년간의 철권통치를 접고 망명길을 떠나야 했다.

<알자지라> 인터넷판은 17일 튀니지 청년 부아지지의 분신으로 일어난 ‘재스민 혁명’ 1돌을 맞아 ‘부아지지 빅뱅’ ‘튀니스와 타흐리르로부터 월스트리트까지…’ 등의 기사를 통해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이슬람권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진행 상황을 진단했다.

부아지지는 이제 ‘민중의 의지’를 행동으로 실천한 인물이 되었다. 튀니지 곳곳에는 부아지지 광장이 생겨났고, 분신이 일어났던 시디부지드 시내에는 그의 동상이 들어섰다. 이를테면 부아지지는 인간적 존엄을 찾으려고 자기희생을 무릅쓴 수백만 민중의 위대함을 상징하는 존재다. 17일 시디부지드에선 새로 선출된 몬세프 마르주키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식이 열렸고, 예멘 등 아랍 지역 곳곳에서도 부아지지 분신 1년을 기억하는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튀니지 재스민 혁명에 이어, 이집트·리비아 등으로 번져나간 아랍 민주화 운동이 여전히 미완성이며 군부세력의 민주화 요구 시위 탄압 등 수많은 고비가 남아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민주화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라며 “선거 민주주의가 도입된다고 해서 ‘빵과 자유, 인간적 존엄’이라는 진정한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또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선거가 정치를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돈의 권력이 독재를 하고 있다는 점이 아랍세계에 교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아지지의 어머니는 “정부가 가난한 지역에 관심을 기울이고 젊은층에 일자리를 제공할 것을 바란다”며 새로 들어선 정부가 국민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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