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연표
공통ㅣ 특별방송 형식으로 발표…논란 확대 우려한듯
후계자 주축 장의위원회 구성…외국 조문단 안받아
차이ㅣ 김주석 때와 달리 후계 자리잡지 않아 주식 요동쳐
후계자 주축 장의위원회 구성…외국 조문단 안받아
차이ㅣ 김주석 때와 달리 후계 자리잡지 않아 주식 요동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북한이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할 때까지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물론 전세계 정부는 이틀 동안이나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 가능성에 대한 낌새도 채지 못했다. 북한이 이날 정오 특별방송을 예고했을 때도 정부 부처는 북핵 6자 회담과 관련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최근 현장 지도를 한데다 북한 내 특이 동향도 없었기 때문이다.
철통 같은 보안 속에서 정오 ‘특별방송’의 형식을 빌려 이틀 만에 사망을 공식 발표한 것은 1994년 7월9일, 김일성 주석 사망 발표 때와 모양새를 같이 한다. 사망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듯 “병리 해부검사에서 질병의 진단이 완전히 확정됐다”고 밝힌 것도 동일하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중앙방송>과 <평양방송> 등 주요 언론들을 정오 특별방송을 통해 “(김 주석이) 심장혈관과 동맥경화증으로 치료를 받아오던 중 겹쌓이는 정신적 과로로 94년 7월7일 심한 심근경색이 발생했고 심장쇼크가 합병되었으며 모든 치료를 다했으나 심장쇼크가 악화돼 7월8일 새벽 2시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이번에도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를 통해 “17일 달리는 야전열차 안에서 중증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합병됐다”며 “발병 즉시 모든 구급치료 대책을 세웠으나 17일 8시30분에 서거하셨다”고 밝혔다.
후계자(당시 김정일, 지금은 김정은)를 주축으로 한 장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외국의 조의대표단은 받지 않기로 한다”고 결정한 것도 같다. 외국인 조문사절을 거부한 것을 놓고 김 주석 사망 당시 국내외 언론들은 김정일 체제 정비를 위한 ‘시간 벌기’란 분석과 함께 폭동 가능성을 우려한 조처란 시각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이 남북 관계에 제동을 거는 것도 같은 모양새다. 김 주석의 사망으로 그해 7월25일로 예정됐던 남북한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이번에도 오는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북미 3차대화가 연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재개도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악재’를 대하는 주식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1994년 당시 김 주석의 사망은 ‘단기 악재’로 받아들여졌다. 후계 구도를 둘러싼 권력투쟁이 벌어질 경우 급작스러운 붕괴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 속에 같은 달 25일로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의 취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전반적인 경기 여건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하락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았다. 실제로 김 주석 사망이 주가에 처음 반영되기 시작한 그해 7월11일 주식시장의 거래량은 5000만주를 넘었고, 전 거래일에 비해 0.79%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최대 9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는 등 요동을 쳤다. 후계 구도가 명확히 자리잡지 않아, 북한 군부의 도발 등이 우려되는 탓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김 주석 사망 전 이미 20년 가까이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1991년 사실상 군부를 장악한 상태였다. 하지만 28살에 불과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2009년 후계자로 내정된 뒤 2010년 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랐지만, 김 위원장의 후광 속에서만 활동했지 단독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국정을 운영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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