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전망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견줘 후계자 준비 작업을 많이 하지 못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의 안착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센터 소장은 19일(현지시각) “김씨 가문”의 집단지도체제 성립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김 부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핵심 인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소장은 “집단지도체제는 안정에 주력할 것이며, 안정 유지에 성공한다면 김정은은 차츰 자신의 권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립 크롤리 전 국무부 차관보도 북한은 이라크와 달리 핵무기를 지녔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아랍의 봄’과 같은) ‘평양의 봄’이 올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노동당 간부들과 군부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김 부위원장을 지지할 것이기 때문에 몇달 안에 북한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 권력투쟁 발발을 점치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정부 특사 등의 자격으로 북한을 몇차례 방문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19일 “상황이 아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북한 군부가 24~48시간 안에 어떻게 행동할지가 결정적일 것”이라며 북한군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은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은 김정은과 북한에 최악의 악몽이 아닐 수 없다”며 “북한 정권이 우리 눈 앞에서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한테 북한 정권의 붕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김정일의 갑작스런 죽음일 것이라고 답했었는데, 지금 그게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비비시>(BBC) 인터넷판 기고에서 “미국은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최대한 관대한 태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한 뒤 남한 정부의 비우호적 태도가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반면 미국 정부의 신중한 태도는 제네바 합의라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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