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지난 2004년 5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왼쪽)과 일본인 납치자 가족 송환 등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고이즈미 “독재자 이미지 없어”
11년 전속 요리사 후지모토
“초밥 등 일식 좋아했고 호탕”
11년 전속 요리사 후지모토
“초밥 등 일식 좋아했고 호탕”
지난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치료했던 프랑스 의사 프랑수아 자비에르 루 박사가 김 위원장이 당시 뇌졸중으로 혼수(코마)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파리 생트안 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로 재직하고 있는 루 박사가 19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밝힌 내용이다.
그와 북한의 인연은 지난 1993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북한 관리가 “(김 위원장이) 승마 사고로 머리에 작은 상처를 입었다”며 전화로 루 박사에게 접촉했는데, 루 박사는 북한이 왜 자신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008년 북한 당국은 그에게 동료 프랑스 의사들과 함께 평양에 와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해, 8월과 9월초 사이에 북한에 머물렀다. 도착해보니 김 위원장은 평양 적십자병원 중환자실에 있었으며 위급한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북한 관리들이 누구를 치료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은 채 자신을 평양으로 데려왔으며, 도착 뒤에도 처음에는 김 위원장이 포함된 익명의 환자들 파일만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북한 의사들이 지도자 치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힘들어했다”며 자신을 원한 것은 김 위원장 치료에 감정적으로 얽매이지 않는 사람을 원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김 위원장 입원 당시 아들 김정은이 “정기적으로 병실에 들렀다”고도 덧붙였다.
김정일을 만난 몇 안되는 일본인들도 자신이 받은 인상을 현지 언론에 풀어놓았다. 지난 2002년과 2004년 김정일을 두 차례 만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는 19일 밤 기자회견에서 “독재자나 어두운 이미지는 없었다. 매우 똑똑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며 당시 받은 인상을 전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건강한 상태에서 납북자 문제와 핵 문제 등을 해결하고 북-일 정상화를 개선하고 싶었지만 매우 유감이다.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2002년 관방장관으로 고이즈미를 동행해 김정일을 만났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비교적 쾌활한 분위기에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었다”며 “비록 방향은 달랐지만 합리적 판단이 가능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지난 1988년부터 11년 동안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 생활을 했던 후지모토 겐지는 이날 <요미우리신문> 등에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매우 놀랐다”며 “초밥 등 일본 요리를 좋아했고 가끔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고 생전의 김정일 모습을 전했다.
이형섭 조기원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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