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는 ‘김정일, 미심쩍은 재능의 사나이’라는 기사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프랑스의 한 패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전세계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김정일 복식’은 세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의 김정일 복식을 입고 일본 고이즈미 총리와 악수하는 고 김 위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알자지라’ ‘미심쩍은 재능의 사나이’ 김정일 캐릭터 10선
아직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1942년 백두산의 늦겨울, 제비 한 마리가 위인의 탄생을 알렸고 하늘엔 별 하나가 빛났다.
지난 17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탄생 설화다. 김 위원장은 37년 집권기간 동안 국제사회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폐쇄적인 국가운영과 신격화한 절대권력은 그에 대한 온갖 추측과 풍문을 낳는 토대가 됐다. 북한 내부에서 김정일의 위대함은 근거가 불분명하거나 부풀려졌다. 반면 바깥세계의 평가는 대부분 비판적이고 부정적이며 풍자와 냉소가 깔려 있다. 서방의 한 언론은 김정일의 사망을 ‘포스트 냉전 세계의 종언’이라고 평가했다.
범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19일 ‘김정일, 미심쩍은 재능의 사나이’라는 제목의 인물 촌평에서, 김 위원장을 둘러싼 북한 내부의 치장과 세간의 평가를 10가지로 간추렸다. 과장과 왜곡이 뒤섞여 있지만, 사실이 확인되거나 근거가 분명한 것은 별로 없다.
■신화적인 탄생 김정일은 1942년 2월 백두산 밀영의 통나무집에서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의 맏아들로 태어났다는 게 북한의 공식 기록이다. 김 위원장의 탄생 순간을 묘사한 북한의 문학작품들에 따르면, 때이른 제비가 날아와 그의 탄생을 알렸고 하늘엔 밝은 별 하나가 번쩍했으며, 곧바로 찬란한 쌍무지개가 뜨면서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고 한다.
■골프의 신 북한 매체들이 전하는 김 위원장의 골프 실력은 신기에 가깝다. 1994년 어느날엔 18홀 정규 코스에서 38언더파 34타의 경이적인 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이같은 기록은 전체 18개 홀 중 11개에서 홀인원을 해야 가능하며, 17명의 수행원이 이를 지켜본 증인이라고 한다. 물론 공인된 검증은 없다.
■진통제 함께 맞기 김 위원장은 승마를 즐기다 말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이후 그는 직접 진통제 약물을 만들어 날마다 정부 관리들과 주사를 함께 맞았다고 한다. <알자지라>는 김정일이 약물 중독의 위험을 감수하려 하진 않았으며, 만일 그가 약물에 중독됐다면 주변인들도 같은 운명이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계의 존경 북한 국영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일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였다. 북한 매체들은 그의 생일(2월16일)엔 세계 각국에서 그를 기리는 영화가 상영되고 축제가 열린다고 선전했다.
■세련된 미식가 김 위원장은 생전에 북한에 외국 음식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지만, 개인적으론 세계 음식의 애호가이자 미식가였다.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를 지낸 일본의 후지모토 겐지는 저서 <김정일의 요리사>에서, 김정일의 주변엔 항상 최고급 요리들이 있었으며, 특히 신선한 바닷가재 요리를 즐겼다고 회술했다. 프랑스산 고급 와인과 코냑을 수입하는 데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광 김 위원장의 영화 사랑은 유별나다. 소장한 비디오 테이프와 디브이디(DVD)만 2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1978년 우리나라 영화감독 신상옥과 최은희 부부를 납치했다가 <불가사리> 등 7편의 영화를 만들게 한 뒤에야 풀어준 일은 유명하다. ■패션 스타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카키색 바지와 지퍼가 달린 점퍼 차림이 세계의 새로운 패션 아이콘이자 유행이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문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프랑스의 한 패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전세계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김정일 복식’은 세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 숭배 김정일에 대한 개인 우상화 작업은 조심스럽고도 정밀하게 고안된 것이었다. 1992년 히트한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라는 가요는 김정일의 ‘뛰어난 지혜와 영도력’을 찬양하고 있다. ‘김정일화’로 명명된 꽃도 수많은 개인 우상화의 한 사례일 뿐이다. ■요리의 개척자 북한에서 미국식 패스트 푸드는 환영받지 못하는 먹거리다.그러나 북한 내각 기관기 <민주조선>은 김정일이 햄버거 또는 샌드위치와 비슷한 자신만의 ‘고기겹빵’을 만들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고기겹빵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서 양산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간편식으로 보인다. ■작은 키 컴플렉스 김정일은 ‘위대한 지도자’라는 선전과 대조적으로 실제 키(신장)는 약 165㎝로 작은 편이었다. 그가 바닥굽이 높은 구두를 선호했던 것도 작은 키에 대한 컴플렉스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경호원들조차 자기보다 키가 작은 사람들만 채용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세련된 미식가 김 위원장은 생전에 북한에 외국 음식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지만, 개인적으론 세계 음식의 애호가이자 미식가였다.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를 지낸 일본의 후지모토 겐지는 저서 <김정일의 요리사>에서, 김정일의 주변엔 항상 최고급 요리들이 있었으며, 특히 신선한 바닷가재 요리를 즐겼다고 회술했다. 프랑스산 고급 와인과 코냑을 수입하는 데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광 김 위원장의 영화 사랑은 유별나다. 소장한 비디오 테이프와 디브이디(DVD)만 2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1978년 우리나라 영화감독 신상옥과 최은희 부부를 납치했다가 <불가사리> 등 7편의 영화를 만들게 한 뒤에야 풀어준 일은 유명하다. ■패션 스타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카키색 바지와 지퍼가 달린 점퍼 차림이 세계의 새로운 패션 아이콘이자 유행이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문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프랑스의 한 패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전세계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김정일 복식’은 세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 숭배 김정일에 대한 개인 우상화 작업은 조심스럽고도 정밀하게 고안된 것이었다. 1992년 히트한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라는 가요는 김정일의 ‘뛰어난 지혜와 영도력’을 찬양하고 있다. ‘김정일화’로 명명된 꽃도 수많은 개인 우상화의 한 사례일 뿐이다. ■요리의 개척자 북한에서 미국식 패스트 푸드는 환영받지 못하는 먹거리다.그러나 북한 내각 기관기 <민주조선>은 김정일이 햄버거 또는 샌드위치와 비슷한 자신만의 ‘고기겹빵’을 만들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고기겹빵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서 양산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간편식으로 보인다. ■작은 키 컴플렉스 김정일은 ‘위대한 지도자’라는 선전과 대조적으로 실제 키(신장)는 약 165㎝로 작은 편이었다. 그가 바닥굽이 높은 구두를 선호했던 것도 작은 키에 대한 컴플렉스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경호원들조차 자기보다 키가 작은 사람들만 채용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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