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수비수인 존 테리(31·위 사진 오른쪽), 리버풀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24·아래 사진 가운데)
수아레스 8경기 출장금지 이어 존 테리도 기소
인종차별이 은근히 뿌리 깊은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급 선수들이 경기 도중 상대편 흑인 선수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가 이례적으로 줄줄이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영국의 언론들은 21일 검찰이 축구 대표팀 주장이자 첼시의 수비수인 존 테리(31·위 사진 오른쪽)를 인종차별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테리가 예정대로 내년 2월1일 법정에 출두한다면, 영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상대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법정에 서는 선수가 된다. 테리는 지난 10월 퀸즈 파크 레인저스와의 경기 도중 상대 수비수 안톤 퍼디낸드(26)에게 흑인 비하 발언을 했다가 화면에 잡혀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테리는 “퍼디낸드가 ‘나한테 블랙X라고 했냐’고 소리쳐서 ‘블랙X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맞받아쳤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기소 결정 뒤에도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결사적으로 싸우겠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루 전인 20일에는 리버풀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24·아래 사진 가운데)가 축구협회로부터 8경기 출장 금지와 4만파운드(약 7200만원)의 벌금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 10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30)에게 ‘검둥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수아레스에 대한 경찰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긴 하지만, 반인종주의 활동가들은 이번 결정들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영국의 축구 인종차별 감시기구인 ‘몰아내기’(Kick it Out)의 대표 허만 오슬리는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냉소적인 사람들은 반인종주의 캠페인으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두 사건은 축구계의 반인종주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반겼다.
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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