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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아르메니아인 학살’ 견해차…터-프, 과거사 전쟁

등록 2011-12-23 21:16수정 2011-12-23 21:35

터키, 프 하원 ‘학살 부인 금지법’ 통과하자 대사 소환
프 비행기·군함 진입도 불허…“인종주의 기반한 정치”
100년 전 역사가 살아나 우호국인 터키와 프랑스 사이를 뒤흔들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20세기 초 오스만 제국 당시 ‘아르메니아인 학살’에 대한 과거사 해석.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인종청소적 성격의 ‘집단학살’로 보는 역사 해석을 공개적으로 부인할 경우 최고 1년 징역과 4만5000유로의 벌금 등 형사처벌이 가능한 법안을 프랑스가 통과시키자 터키가 전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23일 영국 <가디언> 등은 프랑스 하원이 지난 22일 ‘집단학살 부인 금지법’을 통과시킨 직후 터키가 프랑스 주재 터키 대사를 소환하고 모든 정치·경제·문화적 만남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특히 터키는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으로 군사협력 파트너인 프랑스의 비행기나 군함이 터키 영토에 들어오는 것을 불허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와 터키는 최근에도 시리아 사태 등과 관련해 긴밀한 군사협력을 해왔으며, 연간 교역 규모가 120억유로(약 18조원)에 이른다.

아르메니아인 학살이란, 오스만 제국이 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5년 러시아와의 전쟁 와중에 기독교계 아르메니아인들을 대규모로 살해한 사건이다. 아르메니아인들은 오스만 제국이 주도한 집단학살로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이 살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을 이은 터키는 특정 인종을 겨냥한 집단학살이 아니라 러시아와의 전투와 강제 이주 과정에서 러시아 편을 든 아르메니아인을 중심으로 50만명이 굶주림과 전쟁 피해로 숨졌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과거사 논쟁이 현시점에 불거진 것은 프랑스 내 정치 상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50만명에 이르는 아르메니아계 프랑스인들의 표를 끌어모으려고 자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주도로 법안 하원 통과를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터키 정부는 이런 법안이 프랑스 내 터키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적 함의를 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이는 인종주의, 차별, 외국인 혐오에 기반한 정치이며, 표를 얻기 위해 터키인과 무슬림에 대한 혐오를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터키의 영문 일간지 <투데이스 자만>은 터키 외무부가 “이런 법안 발의가 프랑스 대선 기간에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것을 목격해왔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런 식이라면, 알제리와 르완다에서 있었던 프랑스의 ‘더럽고 피에 얼룩진 역사’도 조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사르코지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법안 통과의 책임을 의회 몫으로 밀어놓고 터키를 다독거리고 있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부 장관은 “터키는 프랑스의 동맹이자 전략적 파트너”라며 “터키 친구들이 프랑스 의회의 결정에 과잉 반응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고 해서 당장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 상원을 통과해야 법안이 시행될 수 있는데, 과거에도 상원은 같은 법안을 부결한 전례가 있다. 프랑스 좌파 신문 <리베라시옹>은 이와 관련해 “사르코지는 2007년 대선 캠페인 때도 그 법안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지만, 당선되자 공약을 재빨리 망각해버렸다”고 보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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