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교실붕괴 방지 해법’ 논란
학생대상 경범죄 한해 30만건
“거리범죄처럼 다룬다” 비판도
학생대상 경범죄 한해 30만건
“거리범죄처럼 다룬다” 비판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의 중학생인 세라 부스타만테스(12)는 최근 교실에서 향수를 자기 몸에 뿌렸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 소녀는 아이들이 “냄새 난다”며 놀리자, 교실에선 금지된 향수를 뿌렸고 아이들은 시끌벅적한 소동을 벌였다. 이를 본 교사는 교내에 상주하는 경찰을 불러 세라를 체포하도록 했고, 소녀는 ‘교실 소란’ 혐의로 소년 법정에 서야 할 처지가 됐다. 이에 대해 세라의 어머니는 “교사는 내 딸에게 이유를 묻고 그런 행동은 부적절하니 교실에서는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었는데, 경찰을 불렀다”며 “훈육 책임을 진 교사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9일 “미국 텍사스주 등에서 ‘교실 붕괴’ 해법으로 학내 경찰 배치와 형사처벌을 지나치게 강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2010년에만 경찰이 학교 안팎에서 6살짜리 아이까지 포함해 30만명에게 시(C)급 교실 경범죄 혐의 딱지를 발부했다”고 전했다. 텍사스주에서는 10살 이상은 형사처벌 대상이라서 딱지 발부가 실제 범죄 기록으로 남게 된다. 딱지가 발부되면 최대 500달러까지 벌금형을 받는데, 빈곤층 학부모들이 벌금을 내지 않고 버티면 아이가 17살이 넘었을 때 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다. 또 기록이 누적될 경우 대학 진학 때 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구직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
텍사스 전역에서는 경찰 부서를 둔 교육구가 지난 20년 동안 20배 이상 늘어났으며, 교내에 상주하는 경찰은 총과 최루액분사기를 휴대하고 운동장·교내식당 등을 순찰하고 있다.
문제는 ‘향수 소란’ 사례처럼 사소한 교칙 위반들이 학내 경찰의 손을 거쳐 형사사건화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교사들마저 교육적 개입 대신에 경찰 체포를 우선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10대 남녀 커플이 헤어지면서 서로에게 우유를 끼얹고 다투다가, 또는 학생증이 없다는 이유로 체포하려는 경찰을 물어뜯으려 했다가 형사법정에 서게 되는 등 아이들이 어이없이 범죄자가 되는 실정이다. 또 최근 모형총으로 친구들을 위협하다가 출동한 교내 경찰의 명령에 불응한 15살짜리 소년이 사살되는 등 경찰의 교내 무력 사용이 지나치게 완화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텍사스 오스틴시의 소년사건 전담인 진 뮤러 판사는 “경찰들이 운동장을 순찰하는 걸 거리범죄에 대처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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