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버밍엄 2026년 1단계 완성
“일자리 늘고 경제성장” 전망에
“쓸데없이 돈만 먹어” 비판 폭주
“일자리 늘고 경제성장” 전망에
“쓸데없이 돈만 먹어” 비판 폭주
영국이 한국 4대강 사업비(약 22조원)의 3배에 가까운 330억파운드(약 59조원)짜리 고속철 건설 계획으로 논쟁에 휩싸였다. 쓸모는 적은데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첫 삽을 뜨기도 전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 등은 10일 영국 정부가 수도 런던과 제2도시 버밍엄을 잇는 시속 225마일(360㎞)짜리 고속철(HS2) 1단계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2026년까지 두 도시를 잇는 90마일(140㎞) 구간이 완성되면, 현재 1시간22분이 걸리는 시간이 49분으로 단축된다. 영국 정부는 또 2033년까지 버밍엄에서 맨체스터와 리즈를 연결하는 2단계 공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스틴 그리닝 교통부 차관은 “21세기 교통망을 건설함으로써, 일자리를 늘리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330억파운드로 추산되는 ‘막대한 사업비’로 야당은 물론이고 집권 보수당 안에서조차 이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웨일즈 지역에 터널 하나를 뚫는 데만 5억파운드(약 8900억원)가 든다. 영국의 전체 가구가 각각 1700파운드(300만원)의 공사비를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영국 의원들은 이에 대해 “교통부 장관 등 일부 관료들이 선거를 겨냥해 돈을 뿌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고속철이 지나는 지역 주민들도 “적은 보상을 받고 집과 사업을 철거당하고 자연경관을 해치게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반대 운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명 배우이자 고속철 예정지 주민이기도 한 조프레이 팔머(84)는 <데일리 메일> 인터뷰에서 “고속철 공사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국의 시골풍경을 파괴할 것”이라며 “충격과 공포”라고 말했다.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고속철은 그의 집 가운데 300야드를 통과하게 된다. 고속철 반대 행동그룹 대표인 제리 마샬도 “고속철 사업은 재앙이 일어나길 앉아서 기다리는 것과 같다”며 ‘법적 조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는 런던과 해저터널을 통해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등으로 연결되는 고속철도인 유로스타가 있으나, 영국 안에는 고속철도가 없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