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갈등 심각’ 응답 3년새 19%p↑
이민자갈등·흑백갈등보다 높아
이민자갈등·흑백갈등보다 높아
미국의 ‘빈부격차’가 전통적인 사회갈등의 도화선이었던 민족·인종 갈등을 밀어내고 가장 강력한 ‘긴장의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는 미국인들이 몇년새 급증한 것이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는 12일 “미국인 3분의2(66%)가 부자와 빈자의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빈부갈등이 “매우 강하다” 혹은 “강하다”고 응답한 이 비율은 지난 2009년 47%에 비해 19%포인트 급증했다. 특히 빈부갈등이 심각하다고 한 수치는 본토인과 이민자 갈등이 심각하다(62%)는 수치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흑인과 백인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대답한 이는 38%로 2009년보다 1%포인트 줄었다.
이런 결과는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나타났다. 가구 소득이 일년에 2만달러 이하인 응답자나 7만5000달러 이상인 사람의 응답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또 응답자의 46%는 ‘부자는 타고나거나 인맥을 통해 된다’고 생각하며 43%만 ‘노력·야망·교육으로 부자가 된다’고 믿는다고 대답해 ‘아메리칸 드림’을 부정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리처드 모린 퓨리서치 수석 편집자는 “단기간에 걸친 이 기념비적인 측정치 변화는 ‘월가 점령 운동’의 메시지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부의 분배’의 (불공정한) 변화에 대한 시민의 자각이 성장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퓨리서치는 최근 몇년동안 미국 상위 1% 고소득층의 부가 늘어나고 그들이 전체 부의 3분의 1 이상을 소유하게 된 반면, 저소득층의 소득은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 출신의 은퇴 사진작가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이라 엘리스(64)는 “사람들은 엄청난 부자들을 볼 수 있으며, 거기엔 그 어느 때보다도 상황이 나빠진 가난한 사람들의 질투도 함께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런 인식 변화와 맞물려 빈부갈등이 올해 대선에서 가장 주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신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연설에서 ‘중산층 가치의 회복’을 선언했으며, 보수적인 공화당은 선거 국면에서 빈부갈등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에 대해 초조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