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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지하철서 음식 먹지마” 다툼이 ‘문명논쟁’으로 비화

등록 2012-01-20 13:20

중국 홍콩인-본토인 감정다툼
홍콩 지하철에서 중국인 여행객들이 음식을 먹다가 홍콩인 승객들과 언쟁을 벌이는 동영상이 일파만파로 ‘문명’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 로후역에서 홍콩 몽콕 동역으로 향하던 지하철에서 중국 어린이들이 음식을 먹는 것을 본 홍콩인 승객이 ‘지하철 안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격렬한 언쟁이 시작됐다. 아이의 어머니인 중국인 여성은 별일도 아닌데 왜 그러냐고 맞섰다. 승객 중 한 명이 비상단추를 눌러 역무원에게 사건을 알렸고, 역무원이 도착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홍콩 지하철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인 여성이 영어로 “미안하다(sorry)”고 말하자 한 홍콩인이 비꼬면서 “영어도 할 줄 안다”고 말했고 다시 언쟁이 벌어졌다. 한 홍콩인 승객은 “더이상 말할 필요 없다. 본토인(중국인)들은 원래 저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역무원은 이 중국인 일행이 다음 역에서 내리도록 했다.

한 홍콩 네티즌이 이 과정을 찍은 동영상을 지난 17일 처음 유튜브(http://v.youku.com/v_show/id_XMzQzOTU5MTQ0.html)에 올렸고, 19일부터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수십만명이 이 동영상을 보면서 뜨거운 논쟁의 화두가 됐다.

시나닷컴의 여론조사에서 4000여명의 응답자중 35%가 ‘여행객들은 현지 규정을 지켜야 하고, 홍콩인들의 요구가 옳았다’고 응답했지만, 10%는 ‘홍콩인들이 중국인들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31%는 ‘중국인들과 홍콩인들이 서로를 더욱 존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국 네티즌들의 의견은 “홍콩인들이 본토인들에게 우월감을 가지고 차별한다”는 의견과 “지하철 안에서 음식을 먹은 것은 잘못이니 중국인 어머니가 먼저 사과를 했어야지 싸워서는 안 됐다”는 의견 사이에서 갈렸다.

<신화통신>은 19일 “춘제를 앞두고 많은 중국인들이 여행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문명적인 여행을 해야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며 “지하철 규정을 위반하고 음식을 먹다가 언쟁을 벌인 것은 최근 중국인 여행객 일부의 비문명적 행동의 축소판”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이번 사건은 특히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인들이 중국인들에 대해 느끼는 반감을 보여주고 있다.

@tempe1208라는 아이디의 홍콩 네티즌은 “중국인들의 행동은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비문명적이었다“며 “홍콩인들은 중국인들에 대해 너무 많이 참아왔다”는 글을 올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특히 중국 본토 임신부들의 홍콩 ‘원정출산’이 홍콩인들 사이에 큰 반감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인들이 더나은 교육·복지 혜택 등을 누릴 수 있는 홍콩 영주권을 아이에게 주기 위해 대거 원정 출산에 나서면서, 2010년에는 홍콩에서 태어난 신생아 8만8495명중 절반 가까운 4만648명이 중국 본토 출신 여성이 낳은 아이였다. 홍콩인들은 병상을 구하지 못해 출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출마한 렁춘잉은 홍콩인과 결혼하지 않은 중국인 임신부가 홍콩 공립병원에서 출산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공약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중국인들이 홍콩에서 분유를 사들이면서 홍콩에선 분유 부족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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