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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위기 넘어 재앙 치닫는 유럽 ‘청년실업’

등록 2012-01-30 21:37수정 2012-01-30 22:14

미취업·실직·저임금…다보스포럼도 “해답없다” 두손
그리스·이탈리아 최악…옵서버 ‘잃어버린 세대’ 르포
미취업·실직·저임금 비정규직·무보수 인턴…. 유럽의 ‘잃어버린 세대’ 문제가 이제 위기를 넘어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29일 폐막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모여든 전세계 경제·정치 유력인사들 사이 가장 큰 화두도 청년실업이었지만, ‘답이 없다’는 걸 확인한 데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스페인·그리스·이탈리아 등 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의 청년실업률은 30~50%에 이른다. 영국 <업저버>는 28일 이들 세 나라 청년들의 현재 상황을 통해 ‘잃어버린 세대’의 씁쓸한 자화상을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16~24살 28%는 실업상태다. 실직은 일상이 됐다. 엘리사 디 피에트로 파올로는 5년간 보조 점원으로 일하던 가게에서 해고됐다. 폐렴으로 병가를 냈기 때문이다. 일을 구해도 월급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인체생물학 석사인 마르티나 로시토는 로마에 있는 한 병원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월급은커녕 연구에 드는 비용조차 못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특권층이 됐다”며 만족했다. ‘중요한 연구’를 하는 곳에서 일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는 것이다. 법대를 졸업한 미켈라 모레티도 고향 근처 로펌에서 인턴 일을 하는데 돈은 못 받는다. 그는 “월급을 받는 유일한 인턴들은 현직 변호사들의 자식들뿐”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빚으로 숨통이 막히는 나라’ 그리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15~24살의 44%에 이르는 90만7953명이 청년실업자다. 에방겔리아 하지흐리스토피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데, 1년간 실업자였다. 비서, 안내원, 점원 보조 등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찾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노’였다.

이런 탓에 그리스의 ‘두뇌’들마저 국외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2년간 수만명이 다른 나라로 떠났다. 10월에 아테네에서 열린 호주 직업박람회에는 800개 일자리를 얻기 위해 1만300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주방장인 흐리스토스 크세락수디스는 영국, 독일, 스위스로 구직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국 호텔과 레스토랑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아직 일자리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다보스포럼 기간이었던 지난주 16~24살 젊은이 51.4%가 실업상태라는 다소 충격적인 통계를 발표했다. 구직에 성공한 50% 가운데서도 60%는 낮은 연봉과 고용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마리타 블라스케스는 교사가 되길 원한다. 그는 쇼핑몰의 어린이 놀이터에서 모니터 요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데, 교직 공부를 시작한 이래 어린이들과 가장 가깝게 일한 경험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잘 교육받은 세대인 청년들은 지금, ‘경제 붐 시기’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채 가장 혹독한 긴축 프로그램을 견뎌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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