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기업 ‘글렌코어’서 작년 7800만달러 어치 밀 구입
비정부기구들 “가격폭등 부추겨 기아 양산한 업체” 비판
비정부기구들 “가격폭등 부추겨 기아 양산한 업체” 비판
긴급구호와 기아퇴치를 목표로 활동하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세계 최대 원자재 중개업체의 배만 불려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6일 “식량계획이 지난해 억만장자 이반 글라센버그 등이 소유한 스위스 글렌코어사로부터 7800만달러(약 875억원)의 밀을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원래 자립을 돕기 위해 ‘매우 가난한 농부’들로부터 구호식량을 사도록 하고 있지만, 지난 8개월간 식량계획의 최대 공급자는 글렌코어였다.
식량계획은 지난해 7월 에티오피아에 지원하기 위해 2250만달러어치의 글렌코어 밀을 구입했다. 단일 계약 최대 액수였다. 이 기구는 또 케냐, 지부티, 방글라데시, 수단, 북한, 팔레스타인을 돕기 위해 글렌코어로부터 밀과 수수, 완두콩을 구매하기도 했다.
국제식량거래 전문가이자 전 유엔 직원이기도 한 라즈 파텔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구호예산이 가장 큰 원자재 중개업체 하나에 쏠릴 수 있는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글렌코어는 곡물과 원자재 등을 싼값에 사들여 비싼 값에 되파는 중개업체로, 세계 밀 시장의 8%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에서 곡물가격 폭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이 회사를 지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최근 반년치 실적을 보면, 농작물 거래 수익이 88억달러로 갑절이나 뛰었다. 글렌코어는 실적 호전이 전년 대비 가격이 급등한 ‘곡물과 식용기름씨앗’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 밀의 평균가격은 전년 대비 부셸(약 30.3ℓ)당 60% 가까이 올랐다.
식량계획 쪽은 “우리는 기부에 의존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가장 싸게 파는 곳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자선단체 ‘빈곤과의 투쟁’ 존 힐러리 이사는 “글렌코어가 시인하고 있는 곡물시장에서의 투기는 지난해 가격폭등을 부추겼고, 더 많은 사람들을 극심한 기아상태로 몰고갔다”며 “식량계획은 거대 회사보다 지역 시장을 더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7일 글렌코어가 스위스 광산업체 엑스트라타를 620억달러(약 69조316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글렌코어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4위 광산업체가 될 전망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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