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령 불구 영유권 분쟁 지속
아르헨, 주변국에 교역중단 요청
2500명 주민 생필품 부족 고통
아르헨, 주변국에 교역중단 요청
2500명 주민 생필품 부족 고통
“토스트 위에 수란 두개 얹어주세요.”
최근 포클랜드에 간 한 영국인이 호텔에서 태연하게 끓는 물에 반숙으로 익힌 달걀 두개를 얹은 ‘잉글리시 머핀’을 주문했다. 호텔직원은 깜짝 놀라며 “손님, 달걀 두개 말씀이십니까?”라고 되물었다. 현지 물정에 어두운 외지인의 이 ‘무리한’ 주문에는 곧 “달걀은 한개까지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영유권 분쟁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이 섬에 사는 2500여명의 주민은 달걀과 채소 등 신선식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포클랜드는 바위와 거센 바닷바람 탓에 ‘불모지’나 다름없는 섬이다. 목양업이 주산업인 이곳에서는 2500마리의 양을 방목하기 위해 1만9000에이커(약 7689만㎢)의 땅이 필요할 정도로 토양이 척박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식량은 가까운 남미국가들과의 교역으로 해결해왔다. 그런데 최근 아르헨티나가 영유권의 ‘외교적 해결’을 주장하며 다른 남미 국가들까지 설득해 포클랜드와의 교역을 중단시켰다. 신선식품을 싣고 포클랜드로 향하던 무역선박들은 지나치게 잦아진 검문검색과 항해지연으로 아예 수출을 포기해버렸고, 포클랜드가 먹거리를 수입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차단됐다.
포클랜드는 1833년 영국령이 확정된 이후로, 19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 등을 겪으면서도 정치·문화적으로 ‘뿌리깊이’ 영국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다. 포클랜드 자치정부 청사에는 영국령이 된 이후에 즉위한 모든 왕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또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영국 정체성’을 갖고 살아온 주민 상당수는 아르헨티나가 아닌 영국에 속하기를 원하고 있기도 하다.
영국이 지난 2일 왕위계승 서열 2위인 공군 소속의 윌리엄 왕자를 포클랜드에 배치한 이후, 외부에선 ‘왕자님’을 둘러싼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신경전이 연일 톱뉴스이지만, 섬사람들의 최대 관심은 왕자가 아닌 ‘달걀과 채소’다. 포클랜드 지역신문인 <펭귄뉴스>의 편집장은 윌리엄 왕자가 도착한 이후 수많은 영국 기자들로부터 현지반응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는 이 답으로 친구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왕자가 도착했을 때, 내 친구의 관심은 오로지 오이·고추 같은 먹거리 채소를 직접 재배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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