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MD 시스템 대응책 밝혀…“선거전략” 분석도
다음달 4일 대통령 3선 당선이 유력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이라는 ‘방패’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 현대화라는 ‘창’을 꺼내들었다.
푸틴 총리는 20일 러시아 관영 일간지 <로시스카야 가제타>에 게재한 ‘강해지는 것, 러시아를 위한 국가안보’라는 기고문에서 군과 방위산업 현대화를 위해 2020년까지 23조루블(86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러시아 국방부가 밝힌 액수보다 4조루블 늘어난 규모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향후 10년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400기와 핵잠수함 8대, 잠수함 20대, 전투기 600대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군 병력은 현재 100만명에서 2017년 70만명, 2020년 14만5000명으로 축소하는 대신 전문화된다.
러시아의 군 현대화 작업은 그동안 러시아가 공들여왔던 미국·나토와의 미사일방어 시스템 협력이 지난해 실패로 돌아가면서 이미 예견됐다. 미국과 나토는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과 북한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2010년 미국과 체결한 새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에 따라 핵무기 수를 줄이고 있는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 능력이 확대되면 언젠가 ‘전략적 균형’이 무너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 일부분을 러시아가 책임지겠다며 미사일방어 시스템 ‘동참’을 제안했으나 미국과 나토에 의해 거부당했다. 또 미사일방어 시스템이 러시아를 위협하지 않을 거라는 법적 보장을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전략 핵무기의 수는 줄이되, 탄도미사일과 핵탄두를 최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해 무기의 위력은 유지하거나 강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미국과 전략적으로 대등한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1일 이번 발표를 대선을 앞둔 푸틴의 ‘선거전략’으로 분석했다.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고 반정부 시위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제성훈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해 국내 정치 불안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가 없지는 않겠지만, 미사일방어 시스템 문제 등 러시아 안보를 위협하는 객관적인 외부조건들도 분명히 있다”며 “이를 선거와 관련해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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