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분리주의 세력, 경찰과 충돌…최소 4명 사망
하디 부통령 당선 확실시…사회통합 숙제 떠안아
하디 부통령 당선 확실시…사회통합 숙제 떠안아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33년 독재 뒤 처음으로 치러진 예멘의 대통령 선거가 유혈충돌로 빛이 바랬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은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이 단독 후보로 나서 치러진 21일 대선에서 선거 반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어린이 1명 등 최소한 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선은 걸프협력이사회(GCC)의 중재로 살레 대통령과 야권이 지난해 11월 합의한 권력이양안에 따른 것이다. 예멘법상 10일 이내에 선거 결과를 공표하게 돼 있지만, 이르면 이틀 안에 그동안 과도정부를 이끌어온 ‘살레의 2인자’ 하디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멘은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 이어 네번째로 ‘아랍의 봄’으로 독재 지도자를 몰아낸 나라이자, 4개국 가운데 처음으로 합의된 절차에 따라 정권 교체를 이룬 국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런 기대와 흥분을 반영하듯 많은 예멘 젊은이와 여성들이 오전 8시 투표 시작 전부터 투표소 앞에서 줄을 서기도 했다. 특히, 수도 사나에서는 선거가 순조롭게 치러졌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자치와 독립을 요구하며 선거날을 ‘시민 불복종의 날’로 선포하고 불참 운동을 벌였다. 남부 출신이기도 한 하디가 직접 나서 분리주의자들과의 대화를 약속했지만, 허사였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아에프페>에 “남부 아덴시의 투표소 절반이 남부 분리주의 세력의 점거로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또 2004년 이래 살레 정권과 6차례 전쟁을 치른 북부 후시(시아파) 반군도 투표를 거부했다. 보안당국 관계자는 이들의 근거지인 사다의 북부 도시에서는 단 한 곳의 투표소만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예멘 정부는 선거 반대세력의 공격에 대비해 예멘 21개 주 301개 선거구 곳곳에 마련된 투표소에 10만3000명의 병력을 배치했지만, 유혈사태를 막지 못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남부 아덴시 다르사아드 선거관리본부 근처에서 남부 분리주의 무장세력과 경찰의 총격전으로 10살 어린이가 숨졌다. 아덴시 만수라 지역에서도 같은 세력의 공격으로 경찰 1명이 숨졌고, 남동부 하드라마우트주의 주도 무칼라시에는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군인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남부 라히즈주에서는 남부 분리주의 무장세력과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날 벌어진 유혈충돌로, 하디는 당선과 동시에 사회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숙제’를 재확인하게 됐다. 그는 향후 2년의 과도 기간 동안 개헌과 예멘군 재편, 경기 회복 등 붕괴된 국가 재건 역할도 맡게 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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