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세차례 ‘인종범죄’ 추정 사건에 선거일정 중단
‘우향우’ 사르코지 곤혹…올랑드도 ‘역풍 우려’ 부담
‘우향우’ 사르코지 곤혹…올랑드도 ‘역풍 우려’ 부담
3월11일: 툴루즈에서 북아프리카계 군인 1명 총격 피살.
3월15일: 몽토방에서 북아프리카계 군인 2명 총격 피살, 캐러비언계 1명 중상.
3월19일: 툴루즈 유대인 학교에서 학생 3명과 교사 1명 총격 피살, 학생 1명 중상.
프랑스 서남부에서 대선 1차 투표를 한달 남짓 앞두고 잇따라 발생한 대형 테러사건에 지역사회는 물론 정치권도 선거 일정을 전면 중단하는 등 긴장에 휩싸였다. 범행 수법과 도구가 일치하고 소수인종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공통점 때문에 극우주의자의 인종혐오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데, 수사 결과에 따라 대선에 미칠 파장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선거운동 국면에서 이민법 강화 같은 정책들을 쏟아내며 극우주의 바람몰이에 나섰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국 <비비시>(BBC)는 19일 이슬람의 할랄과 유대교의 코셔 식품 등 ‘민감한 이슈’들을 공론화시킨 사르코지의 책임을 지적하는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사르코지는 이달 초 이슬람과 유대교의 전통에 따라 만들어진 먹거리에 대해 식품표기를 의무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언뜻 소수종교에 대한 배려로 읽히기도 하지만 이슬람과 유대교 사회에서는 다문화의 정신을 해치는 소수종교 배제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오랫동안 이 정책을 추진해왔던 극우 진영과 이슬람·유대교 사회 사이의 갈등도 더욱 악화됐는데, 이런 분위기가 극우주의자의 범행을 부추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르코지는 현재 1990년 테러 경보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서남부 지역에 황색 테러 경보를 발령하는 등 초강경 대책을 내놓으며 ‘사태 수습’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르코지와 1차 투표 1~2위를 다투고 있는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에게도 이번 사건은 부담스러운 이슈가 될 수 있다. 영국 <가디언>은 19일 2002년 프랑스 대선 1차전 직전에 벌어진 한 연금수령자에 대한 무자비한 테러 사건의 ‘악몽’을 지적했다. 이 사건으로 범죄와 안보가 대선의 주요 의제로 부각된 것이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 후보가 국민전선의 장 마리 르펜 후보에게도 뒤져 결선 진출에 실패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이날 확정 발표된 프랑스 대선 후보는 사르코지와 올랑드를 비롯해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중도정당 민주운동의 프랑수아 바이루, 좌파전선의 장 뤽 멜랑숑, 녹색당의 에바 졸리 등 모두 10명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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