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이용당하지 않을 것”
‘읍소’ 대신 유튜브에 가해남 공개 뒤 책임 물어
‘읍소’ 대신 유튜브에 가해남 공개 뒤 책임 물어
“대중의 시선이 어떻든, 저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을 때 입을 닫고 가만히 앉아 있는 타입이 아니예요.”
지난 20일 온라인에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된 영국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 팩터’의 저지(심사위원)이자 힙합 그룹 엔-더즈의 가수 털리사 콘토스타블로스(23·사진)의 심경 고백은 남달랐다. 눈물의 기자회견은 없었다. 그는 ‘동영상 유출 파문’ 뒤 화장기 없는 얼굴로 목까지 꽁꽁 싸맨 폴라 티셔츠를 입고 나와 읍소한 뒤 자숙의 시간을 갖는 통상적인 절차를 거부했다. 대신 담담하게 피해자인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유포자인 전 남자친구의 책임을 묻는 ‘맞불 동영상’을 유튜브에 22일 게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 이런 털리사를 “페미니즘의 새로운 영웅”으로 묘사했다.
털리사는 자택 복도로 보이는 곳에서 전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손에 든 채 5분에 걸친 독백을 이어간다. 어깨동무를 하거나 포옹하고 있는 연인의 사진은 동영상 촬영 당시 둘의 다정한 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털리사는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랑하는 사람과 친밀한 순간을 나눌 때 언젠가 그 순간이 전세계 사람들과 공유될 거라고는 결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개돼선 안 될 ‘사생활’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영상 속에 ‘성기’만 등장하는 남자가 10대 후반 연인이었던 무명가수 저스틴 에드워즈라는 점도 ‘콕’ 짚어 밝힌다.
물론 고통스런 심경에 대한 토로도 있었다. 그는 “힘들고 상처받았으며 며칠간 산산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털리사는 6개월 전 두 사람을 아는 친구들한테서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친구들은 저스틴이 동영상을 가지고 있으며 돈을 벌거나 털리사의 경력을 망가뜨리기 위해 협박할 거라고 전했다. 그러나 당시 저스틴은 이를 부인했다고 한다. 믿었던 연인에게 “철저하게 배신당했다”는 호소인 것이다.
<가디언>은 유명인의 사생활 노출과 청소년들의 나체 사진 공유·유포가 만연한 상황에서 털리사의 행동이 중요한 본보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청소년 1만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40%는 ‘절친’과 나체 사진을 주고받는 게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사진 유출로 왕따 같은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영상을 올린 것은 유포자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권리를) 침해받거나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털리사의 ‘선언’이 비슷한 고통을 겪는 십대 팬들에게 용기와 교훈을 줄 거라는 지적이다.
‘엑스 팩터’의 프로듀서인 사이먼 코웰도 “(털리사의 방송 하차는) 이 나라에서 남의 경력을 망가뜨리려는 모든 추잡한 행동을 용납하는 행동이 될 것이고, 그가 프로그램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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