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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타이타닉 5가지 신화’는 영화가 만든 가짜

등록 2012-04-05 16:14

캐나다 남동부의 뉴펀들랜드섬 남동쪽 640㎞ 지점의 해저에서 발견된 타이타닉호의 뱃머리 부분을 보여주는 자료사진.
캐나다 남동부의 뉴펀들랜드섬 남동쪽 640㎞ 지점의 해저에서 발견된 타이타닉호의 뱃머리 부분을 보여주는 자료사진.
조선업체 ‘가라앉지 않는 배’ 발표한 적 없어
타이타닉호 침몰 100주년을 맞아 영국 항구도시 사우샘프턴에서 오는 10일(현지시각)부터 ‘타이타닉:전설’이라는 전시회가 열리는 등 이 사건이 그동안 전세계에서 어떻게 알려지는지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4일 ‘영화가 유포한 타이타닉의 5가지 신화’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타이타닉호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과 신화는, 상당부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 보다는 1997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타이타닉>같은 영화가 유포한 ‘신화’라는 것이다.

1500명 이상이 희생되는 참사를 빚은 타이타닉호의 모습.(사진 출처 : 야후뉴스 웹사이트)
1500명 이상이 희생되는 참사를 빚은 타이타닉호의 모습.(사진 출처 : 야후뉴스 웹사이트)
1. 가라앉지 않는 배

1912년4월14일, 타이타닉호는 처녀항해 나흘 만에 1500여명의 탑승객들과 함께 대서양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이 비극적인 이야기는 100년간 수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와 음모론의 단골소재였는데, 이런 끊임없는 재생산의 배경에는 타이타닉호가 ‘가라앉지 않는, 혹은 가라앉지 않을 줄 알았던 배’라는 기대와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캐머런 감독의 <타이타닉>에서 한 여성은 사우샘프턴의 부두에서 타이타닉을 쳐다보며 말한다. “이게 그들이 말하던 그 가라앉지 않는 배야.” 그러나 런던 킹스칼리지의 리처드 하웰스는 “아마도 이것이 타이타닉을 둘러싼 가장 큰 신화일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타이타닉호를 만든 회사인 ‘화이트 스타 라인’은 침몰 전에는 물론 그 후에도 “타이타닉은 가라앉지 않는 배”라는 발표를 한 적이 없다. 회사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사건 이전에 타이타닉호의 ‘침몰불가성’에 대해서 쓴 적이 없다. 사건 전 그닥 주목받지 못했던 타이타닉호는 침몰과 함께 ‘신화’가 됐다.

하웰스는 “만약에 어떤 사람이 신으로부터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처럼 가라앉지 않는 배를 만들었다면…신이 모욕감에 의한 분노로 처녀항해에서 그 배를 가라앉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완벽한 신화적 감각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타이타닉호에 대한 신화를 강화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이다.

2. 밴드의 마지막 노래

타이타닉에 관한 수많은 영화 장면에서 가장 생생한 이미지들 중 하나는 타이타닉호 밴드의 마지막 연주다. 영화 속에서 밴드는 ‘내 주를 가까이’라는 찬송가를 마지막으로 연주하며 탑승객들의 불안한 영혼을 달래준다. 그리고 밴드 단원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 것으로 묘사되며, ‘영웅’들로 칭송됐다.

당시 증인들은 실제로 밴드가 갑판에서 연주를 했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마지막 곡이 무엇이었는지, 그들이 모두 장렬한 최후를 맞았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당시 많은 진술들은 그 밴드가 재즈음악을 포함해 많은 대중음악을 연주했다고 묘사한다. ‘내 주를 가까이’라는 찬송가는 영화 속에서 극적이고 장엄한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도구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임스 캐머런이 영화를 만들 당시 자문을 맡았던 폴 루덴 브라운은 “캐머런은 1958년 영화 <기억에 남을 밤>(A Night To Remember)에서 밴드의 연주신이 너무 아름다워서 자신의 영화에 가져오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카메룬이 “‘그 이야기에서 가장 강력한 부분이고 그 장면을 사랑한다. 그것을 전부 훔칠거고, 내 영화에 담을거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3. 스미스 선장의 죽음

타이타닉호 스미스 선장의 최후 몇시간에 대해서는 알려진게 거의 없지만, 사람들은 그를 ‘영웅’으로 기억한다. “친구들에게 행운이 있길, 당신 자신을 돌보라”는 말과 함께 어린 아이를 팔에 낀채 바다를 헤엄치는 장면은 그의 영웅 이미지를 고착화시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일은 없었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는 선장으로서 빙하에 대한 경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항로 바로 앞에 빙하가 보고됐을 때도 배의 속도를 늦추는 데 실패했다. 타이타닉호 침몰의 책임이 온전히 그에게 있다는 것이다. 루덴 브라운은 “스미스는 얼마나 많은 승객이 있는지, 구명보트에 얼마나 많은 공간이 있는지를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명보트가 덜 채워진 상태에서 떠나는 것을 허락했다”며 선장에 대한 장밋빛 묘사를 경계했다. 기록에 따르면, 첫번째 구명보트는 정원이 65명이었지만 27명만 태운채 타이타닉을 떠났다. 또 다른 구명보트들도 탑승객을 정원의 절반 정도만 태운 채 떠났고, 나머지 탑승객들을 태우러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스미스 선장은 “배를 버리라”는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그것은 많은 승객들이 타이타닉의 ‘임박한 위기’를 인지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이타닉 전문가인 존 그레이브스는 그 운명적인 밤 “스미스는 에테르로 사라진 것 같다”며 “그는 충분한 구명보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4. 악랄한 기업인

화이트 스타 라인의 회장이었던 제이 브루스 이스메이를 둘러싼 이야기와 이미지들도 많다. 대부분은 배가 가라앉는 동안 여성과 어린이 탑승객들을 밀쳐내고 먼저 첫번째 보트에 몸을 실은 그의 비겁함에 대한 것이다.

거의 모든 영상물에서 이스메이는 선장에게 배를 빨리 몰도록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첫번째 구명보트로 점프해서 자기 몸을 구한 겁쟁이로 묘사된다.

이스메이에 대한 이런 악의적인 이미지들은 대부분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라는, 당시 미국 언론계의 가장 큰 거물과 그의 매체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말 탓이다. 허스트는 화이트 스타 라인의 한 사건과 관련해 이스메이가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그와 사이가 틀어져 있었다. 허스트의 매체는 당시 모든 사망자 명단을 신문에 게재했지만, 생존자 이름은 단 한명, 이스메이만 실었다.

1912년 영국의 타이타닉 조사위를 이끌었던 로드 머시는 실제로 “이스메이가 마지막 구명보트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 다른 많은 탑승객들을 도왔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루덴 브라운은 “모든 영화감독들은 영화에서 빼기엔 ‘배반’ 이야기가 너무 흥미롭다는 것을 알았다”는 말로, 거짓말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메이에 대한 이미지가 널리 유포된 이유를 설명했다.

4월 15일의 타이타닉호 참사 100주년을 앞두고 각종 회고모임이 성행하고 있다. 사진은 당시 생존한 타이타닉호 무선사 해롤드 브라이드(발을 붕대로 감고 있다)가 부축을 받으며 배에 타고 있는 모습.
4월 15일의 타이타닉호 참사 100주년을 앞두고 각종 회고모임이 성행하고 있다. 사진은 당시 생존한 타이타닉호 무선사 해롤드 브라이드(발을 붕대로 감고 있다)가 부축을 받으며 배에 타고 있는 모습.
5. (갑판 아래 갇힌) 3등석 탑승객들

캐머런의 영화에서 가장 감정을 자극하는 장면 중 하나는, 3등석 승객들이 강제로 갑판 아래에 감금되고 구명보트 탑승이 금지되는 장면이다. 그러나 리처드 하웰은 이 역시 역사적 증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당시 타이타닉호에는 3등석 탑승객을 다른 승객들로부터 갈라놓는 ‘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영국 조사위 보고서도 3등석 승객들이 갑판 아래 감금됐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3등석에 탔던 중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러시아, 스칸디나비아, 시리아 출신의 이민자들은 구조 편의가 아니라 ‘전염병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 이민법’에 따라 분리됐다. 하웰스는 “미국 이민법 때문에 이민자들은 건강검사를 하고 이민절차를 밟을 때까지 분리됐다”고 전했다. 또 모든 탑승객들은 1·2·3등석 별로 해당 갑판에서 구명보트에 탑승했다. 다만, 결정적으로 배의 3등석 갑판에는 구명보트가 없었다. 따라서 3등석 탑승객들은 1·2등석 탑승객들과 달리 미로같은 복도와 계단을 통해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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