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과 양립 가능” 발언에 비판 일자 “협상 불가” 발뺌
“국민전선과 어떤 협상도 없을 것이며, 국민전선 출신 장관도 없을 것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5일 <프랑스 앵포> 라디오 인터뷰에서 마린 르펜의 극우 정당과 선을 긋는 강경 발언을 내놨다. 전날까지만 해도 “국민전선 마린 르펜은 공화국과 양립할 수 있다”며 르펜과 지지자들에게 도발적인 구애를 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강경 발언은 ‘지나친 극우행보’에 대한 언론의 날선 비판을 의식한 정치적 수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 신문 두 곳은 25일 프랑수아 올랑드와의 결선투표(5월6일)를 앞두고 ‘극우표’에 애가 탄 사르코지를 제2차 세계대전 때 필리프 페탱과 비교하는 기사를 실었다. 패탱은 친나치 정부였던 비시 프랑스의 수반이었다.
일간 <리베라시옹>은 전면에 사르코지 대통령의 장례식 사진 같은 흑백사진을 게재했다. 밑에는 “공화국과 양립할 수 있다”는 사르코지의 발언을 대서특필했다. <리베라시옹>은 사설에서 사르코지가 5월1일 노동절에 ‘진정한 노동’을 옹호하는 집회를 여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비시정부가 1941년 노동절을 ‘노동과 조화의 국가 경축일’로 선포하며 극우 저소득층의 지지를 끌어내려 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공산당 당보 <뤼마니테>는 사르코지와 페탱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더 노골적인 사진을 실었다. 노동절은 전통적으로 좌파 기념일인데, 사르코지가 1차 투표에서 르펜을 지지한 640만명에 호소하기 위해 5월1일을 ‘공개 매수’하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사르코지 쪽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지능적인 테러”라고 길길이 날뛰었다. 프랑수아 바루앵 재무장관은 <유럽1> 라디오에서 “<리베라시옹> 1면은 스캔들이고, <뤼마니테>는 완전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는 국민전선과 싸웠고, 동맹을 형성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프랑스판 <비비시>를 표방하는 <프랑스24> 방송도 “사르코지의 24일 연설 어조는 그가 국민전선 지지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했음을 분명히 한다”며 좌파 신문들의 보도 내용을 상세히 전달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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