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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그리스 ‘부자들에 돈걷어라’…떨고있는 선박왕들

등록 2012-05-24 20:28수정 2012-05-24 22:33

높아지는 ‘부자증세’ 목소리
국가 채무불이행 위기 불구
최상류층 세금 제대로 안내
선박업계는 아예 면세혜택

좌파 주도 ‘세금징수’ 여론에
선박왕들 “제몫했는데 억울”

유럽연합 구제금융에 기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모면하고 있는 그리스에서 재벌 등 최상류층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법으로 보장된 면세혜택을 누리고 있는 해운업체 ‘선박왕’들은 여론이 악화하자 개인 경호원을 늘리는 등 신변안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암살당한 존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아내 재클린과 결혼하며 화제를 뿌리는 등 화려한 삶을 살았던 선박왕 오나시스가 살아있다면 통탄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23일 선박왕을 비롯해 석유·가스·미디어·금융·시멘트 같은 주요 산업 재벌 등 그리스의 재정을 떠받쳐야 하는 사람들이 몸을 웅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총선에서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제2당으로 급부상하면서 ‘부자 증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의 수석 경제자문인 유클리드 차칼로토스는 최근 “치프라스의 최우선 과제는 과거 정권이 과세를 두려워했던 사람들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치프라스는 한발 더 나아가 기업과 산업의 국유화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유럽연합 통계청 자료를 보면, 그리스 소득세 세수는 국내총생산(GDP)의 7.3%로, 유로존 평균인 11%보다 낮다. 지난해 그리스 체납 세금은 80억유로로, 재정적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전문가들도 재벌들이 주요 산업을 과점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정작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는 것을 그리스의 가장 큰 경제문제 중 하나로 지적한다. 그리스 부유층은 재산을 스위스 은행과 뉴욕·런던 부동산 등에 분산해 정부의 정당한 세금징수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아예 면세혜택까지 받고 있는 해운업체들은 특히 여론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이 나라 경제의 중추를 차지하는 해운업체의 해외이전 등을 우려해 과세를 주저해왔다.

반면 선박왕들은 여론과 정치권의 공격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운업 상속자 2세인 타나시스 마르티노스 ‘이스턴 메디터레이니언’ 대표는 “해운업체들도 기부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제 몫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의 관심을 받을까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다른 선박왕도 “지역사회에서 수천명 분량의 무료 배식을 제공했다”며 억울함을 나타냈다. 선박왕 후손인 피터 노미코스는 헐값에 나온 그리스 채권을 사들이기 위해 회사와 개인들을 상대로 돈을 모아 미국에서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양조장을 세워 일자리를 만들기도 했는데, 수익의 50%는 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뉴욕 타임스>는 많은 선박왕들이 다음달 17일 재총선에서 그리스 시민들이 치프라스에 대한 지지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치프라스의 승리가 ‘유로존 탈퇴’를 의미한다는 것을 유권자들도 알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신문은 “선박왕들도 개인적으로는 경제·사회적 환경이 엄혹해지고 있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며 “그들은 이미 경호원을 더 고용하는 등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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