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비유로 강경진압 정당화
훌라학살 책임도 “테러리스트 탓”
훌라학살 책임도 “테러리스트 탓”
“반정부 시위 진압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외과수술 같은 것이다.”
영국 런던에서 공부한 안과의사 출신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궤변이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아사드는 지난 3일 5개월 만에 이뤄진 공식 연설에서 정부군의 시위대 진압을 어처구니없는 비유로 정당화하고 ‘훌라 학살’의 책임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외과의사가 신체를 절개하고 소독하면 상처 부위는 피를 흘린다. 우리는 그 의사에게 손에 피를 묻혔다고 말하느냐, 아니면 환자를 구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3월부터 반정부군과 민간인에 대한 고문 및 대량학살로 지탄을 받아 온 정부군을 시리아의 생명을 구하는 ‘외과의사’에 비유한 것이다.
아사드는 지난달 25~26일 중부 훌라에서 어린이 등 민간인 100여명을 학살한 ‘훌라 학살’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수많은 목격자와 생존자들, 심지어 탈영한 군 당국자의 진술과도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아사드는 “우리에게 정치적 문제는 없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외부 무장세력의 지원을 받고 자행되는 테러리즘”이라며 1년 넘게 지속된 학살의 책임을 ‘테러리스트’들에게 떠넘겼다. 그러면서 “그렇게 잔인한 광경, 특히 어린이들에 대해서 나 역시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며 “만일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인간도 아니다”라고 학살 책임자들을 규탄했다.
“테러리즘과 계속 싸우겠다”며 반정부 시위대 진압을 계속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15개월간의 반정부 시위가 “이스라엘과 서방에 저항하는 시리아를 공격하려는 외부의 간섭에 의한 것”이라며 사실상 국제 사회의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다만,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테러에도 가담하지 않는 정치적 야권과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한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지난 2일에도 시리아 곳곳에서 교전과 유혈충돌로 정부군 57명을 포함해 89명 숨졌다고 3일 밝혔다. 정부군 하루 사망자 57명은 지난해 3월 민중 봉기 이후 최다로 기록됐다. 시리아인권관측소의 라미 압델 라흐만은 정부군 사망자 급증과 관련해 “시리아 전역에서 충돌이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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