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위헌여부 이르면 26일 발표
찬반 나뉘어 최종결과는 ‘베일속’
위헌때 오바마 대선가도 큰 타격
공화당쪽 “이겨도 표정관리” 당부
찬반 나뉘어 최종결과는 ‘베일속’
위헌때 오바마 대선가도 큰 타격
공화당쪽 “이겨도 표정관리” 당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명운을 걸고 이룬 의료보험 개혁법안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결 발표를 앞두고 미국 정치권이 폭풍 전야와도 같은 긴장 속에 빠졌다.
24일 미국 언론들은 대법원이 의보개혁법 위헌 심리 결과를 28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연말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발표되는 대법원의 결정은 어느 쪽이 되든 민주-공화당의 격렬한 정치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부터 발효되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보개혁안 가운데 위헌 심판의 핵심이 되는 것은 모든 미국인들이 의료보험 상품을 반드시 구매해야 하며 이를 어길 때는 벌금을 물리도록 한 법 조항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의료보험 비용을 낮추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3000만명 이상의 저소득층도 의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입법을 강행했다. 그러나 26개 주가 이 부분에 대해 헌법이 규정한 개인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 9명의 대법관은 지난 3월 말 사흘간에 걸쳐 공개적으로 위헌 심리를 진행했으며, 당시 이 부분을 놓고 유명한 ‘브로콜리 논쟁’(‘정부가 의보 가입을 의무화하면, 브로콜리도 의무로 구입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는 의보개혁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전체 위헌 △의무가입 조항 부분위헌 △합헌 판결 등과 함께 대법원이 재판관할권을 받아들이지 않고 판결을 2015년 이후로 미루는 경우 등의 결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대법관 9명의 성향이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갈라져 합헌 판결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과 함께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사안에 따라 진보적 시각을 나타낸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은 판결 내용을 예측하지 못해 발표 직후 내놓을 성명을 4~5가지 형태로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 대법원은 오래전에 표결을 끝냈지만, 24일에야 발표 날짜가 28일이라고 공개하는 등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판결은 양쪽이 둘로 나뉘어 있고, 예측이 힘들고, 베일에 싸여 있다는 점에서 ‘오제이 심슨’ 판결과 유사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벌써부터 판결 이후를 준비중이다. 공화당의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미네소타)은 발표가 어떤 형태로 나든 의회 앞에서 티파티 회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위헌 판결이 나더라도 너무 기뻐하는 표정을 짓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론 “많은 미국인들이 경기침체와 실직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자칫 위헌 판결이 대선에서 오바마 지지층의 재집결을 불러올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민주당 쪽은 대체로 ‘합헌’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일 위헌 판결이 내려지면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개혁안이 좌절돼 대선 가도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이후 개혁안 추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의회에서 절대다수의 찬성표를 받아 통과된 법을 뒤집는 전례없고 기이한 일을 대법원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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