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경제격차는 문화 탓”
팔, 강력 반발…외교 미숙 잇따라
팔, 강력 반발…외교 미숙 잇따라
국외 순방 중인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밋 롬니가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려 나선 순방길이 오히려 외교 부문에서 그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꼴이 됐다.
롬니 후보는 30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호텔에서 부유한 유대계 미국인 후원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제적 격차를 거론하며 “문화가 사회의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 2만1000달러인 이스라엘과 1만달러인 팔레스타인을 비교하면 그런 격차를 극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팔레스타인 쪽은 강력히 반발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보좌관인 사에브 에레카트는 롬니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인종차별적”이라며, “이스라엘의 무역 제한으로 팔레스타인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그는 이 지역에 대한 정보와 이해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중앙정보국(CIA)도 서안지구 및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역 제한과 국경 봉쇄로 인해 이 지역의 경제활동이 제약받고 실업률과 빈곤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며 롬니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을 비판했다.
앞서, 롬니는 첫 방문지인 영국에 도착하기 직전 인터뷰에서 런던올림픽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가,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로부터 핀잔을 들어야 했다. 이어 이스라엘 방문 첫날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예방적 군사행동을 존중한다고 발언해 국제적으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워싱턴포스트>는 “롬니는 외국에서 한 나라를 대표할 만한 정책 전문성이나 개인적 자질, 문화적 식견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는 데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며 “그는 ‘외국 땅에선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지 말라’는 미국 정계의 불문율을 따르려 한 반면에 ‘외국 땅에선 외국인을 비판하지 말라’는 불문율은 지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