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지원금 받기 불과 몇달전 인출
런던부동산 구입…도덕적 해이 비판
런던부동산 구입…도덕적 해이 비판
그리스의 한 국영은행 전직 행장이 경제위기 와중에 백억원대 개인 예금을 해외로 빼돌려 공분을 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리스 농업은행(ATEbank)의 전 행장 테오도로스 판탈라키스가 개인 예금 800만유로(약 111억원)를 인출해 런던에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5일 보도했다. 특히, 이 은행이 정부지원을 받기 불과 수개월 전 예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모럴헤저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판탈라키스는 자국 일간 <리얼뉴스>에서 “2011년 당국에 이를 신고하고 세금도 냈다”며 “어떤 불법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에게해 파로스섬 별장에 머물고 있는 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지금 휴가 중이고, 아테네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 얘기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치인, 은행가, 선박업자 등 그리스 부유층들은 경제위기가 깊어진 지난 3년간 안전자산인 런던 최고급 부동산을 사들였고 그 사이 수백만명의 시민들은 긴축으로 고통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그리스 한 금융인은 “판탈라키스가 예금을 불법으로 빼돌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금융위기 당시 대형 국영은행장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윤리적 문제는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판탈라키스는 지난달 4대 대형 은행인 피레우스 은행에 농업은행의 우량자산을 9500만유로에 매각한 뒤 사임했다. 그는 공적자금 46억유로만 투입하면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반대했으며, 시리자(급진좌파연합)도 판탈라키스의 입장에 동조한 바 있다. 그는 재임기간 부실 대출 문제로 이달 말 의회 청문회도 앞두고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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