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국가연합·볼리바르 동맹 잇따라 긴급회의…서방과 마찰 예고
16일(현지시각) 에콰도르 정부가 자국 런던 대사관에 도피 중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1)에게 망명을 허용했지만 그의 에콰도르 행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영국에서 어산지를 인도받으려던 스웨덴 등 서방 국가들이 에콰도르의 결정을 비난하는 반면, 남미 국가들은 이를 공개 지지할 것으로 보여 자칫 서방과 남미의 관계까지 악화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페루 외교부는 이날 누리집에 올린 성명을 통해 오는 19일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남미국가연합 긴급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다고 밝혔다. 페루는 “영국에서 벌어진 우려스러운 상황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미국가연합은 아르헨티나와 영국의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영유권 분쟁에서도 아르헨티나를 지지해 영국의 심기를 건드린 바 있다. 이에 더해 중남미 8개국 좌파블록인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도 18일께 긴급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해 에콰도르 지지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국 경찰은 런던 에콰도르 대사관 앞에 경찰 병력을 강화하는 등 어산지가 에콰도르 행 비행기를 타는 것을 막겠다는 강경자세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어산지가 영국을 무사히 빠져나가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이 어산지를 내보낼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지지자들은 에콰도르가 어산지를 몰래 빼돌리거나 외교관으로 임명해 면책 특권을 주는 방안 등 다양한 ‘영국 탈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영국의 허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사자 어산지는 19일 에콰도르 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성폭행·성추행 혐의로 어산지를 고발한 스웨덴 여성 2명의 변호인은 에콰도르 정부의 결정을 “터무니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스웨덴은 어산지를 미국으로 보내지 않을 것이고, 그는 스웨덴에서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범죄자인 어산지가 위키리크스의 외교문서 공개를 빌미로 ‘정치적 희생양’ 운운하며 범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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