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갈등’ 파키스탄 수도 외곽서
“11살 기독교도가 코란 태워” 증언
경찰, 직접 목격자도 확보 못한채
무슬림 단체 압력에 사실상 굴복
“종교라는 이름의 야만” 비판 일어
“11살 기독교도가 코란 태워” 증언
경찰, 직접 목격자도 확보 못한채
무슬림 단체 압력에 사실상 굴복
“종교라는 이름의 야만” 비판 일어
파키스탄에서 11살 소녀가 코란을 훼손한 혐의로 체포됐다. 소녀는 특히 다운증후군인 것으로 알려져 ‘종교라는 이름의 야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도 애초 수사를 꺼려왔으나, 무슬림 사회의 들끓는 압력에 굴복해 결국 소녀를 ‘신성모독’ 피의자로 철창에 가뒀다. 유죄가 확정되면 사형도 가능한 중죄다.
영국 <가디언>을 보면, 지난 16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곽의 메흐라바디에서 리프타 마시흐(11)라는 한 기독교도 소녀가 신성모독 혐의로 체포됐다. 일부 주민들이 리프타의 코란 소각을 증언하고, 이 지역 무슬림 600~1000명이 처벌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인 뒤다. 무슬림들은 또 지적장애 논란을 우려한 듯 “소녀는 완전히 정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운증후군 여부를 떠나, 겨우 11살인 소녀를 철창 안에 가두기엔 ‘피의사실’ 자체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많다. 무슬림들은 소녀가 코란을 태웠다고 주장하지만 증거는 빈약하다. 핵심 증인 중 한명인 하마드 말리크(23)는 “소녀가 들고 있던 꾸러미에서 아랍어가 적힌 글자들을 봤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소각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는 코란이 아니라 코란 경구가 적인 소책자를 태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마저도 무슬림의 조작이라는 증언도 나온다. 기독교 목사 부타 마시는 “한 무슬림 이웃이 소녀에게 재를 버려달라고 한 것”이라며 무죄 석방을 촉구했다. 폴 바티 파키스탄 국민화합부 장관은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소녀가 고의로 코란을 훼손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기독교도와 무슬림의 갈등이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는 메흐라바디 지역의 상황은 이 사건 배후를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흐라바디의 10%를 차지하는 기독교도들은 무슬림 소유의 집에 세 들어 살면서 하수구 관리 등 험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 교회 3곳에서 들리는 찬양 소리가 주류 무슬림들의 신경을 건드린 것이다. 사건 직전 ‘기독교 소음’에 대한 ‘무슬림 민원’이 끊이지 않았으며, 무슬림 건물주는 교회에 예배 중단을 명령하기도 했다. 사건 이후에는 900여명의 기독교인들이 테러를 피해 이슬라마바드 근교의 기독교도 밀집 지역으로 피신했다. 현재 기독교도들은 9월1일까지 모두 마을을 떠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일부 용감한 기독교도들이 이 지역에 머물고 있지만, 무슬림 상점 주인들은 물을 비롯한 생필품 판매마저 거부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은 최근까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살아있는 법’이다. 2010년 한 기독교도 부부는 씻지 않은 손으로 코란을 만졌다가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무슬림 공동체 결속이나 재산분쟁 해결 등을 위해 ‘악용’ 되는 사례가 많아 현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2011년 살먼 태셔 전 펀자브 주지사는 공개적으로 신성모독법을 비판했다가 자신의 경호원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또 샤바즈 바티 연방 소수민족 담당 장관도 신성모독법 개혁을 주장하다 지난해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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