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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지진해일 휩쓴 조국 방문 스리랑카 교환학생 아누라다

등록 2005-08-03 22:28수정 2005-08-04 17:01

폐허가 된 조국앞에 할말 잃어


 “뉴스로만 전해 들었던 조국의 지진해일 피해 모습을 직접 보니까 할 말을 잃을 수 밖에요.”

지난달 27일부터 2주간 일정으로 스리랑카 현지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청소년 봉사단(RCY)의 통역을 맡아 고국 스리랑카를 찾은 아누라다 바자야 라드나(23)는 큰 눈만 껌벅였다. 지난해 12월 서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의 최대 피해국인 스리랑카는 지진해일이 발생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수많은 이재민들이 여전히 난민캠프에서 생활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

지난 2002년 초 국제적십자연맹을 통해 충남 한서대학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유학을 온 아누라다는 이번에 3년 반만에 처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것이다. 아누라다는 지난해 12월 서남아시아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을 때를 떠올렸다. “뉴스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마을과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집으로 계속 전화를 했어요.” 그는 3일만에 집과 통화할 수 있었고, 다행이 그의 집은 피해가 없었다.

아누라다가 이번에 대한적십자사 청소년 봉사단의 통역을 맡은 것은 그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 덕분이다. 스리랑카에서 국제적십자연맹 청소년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1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전액 장학금을 받는 한국 유학 자격을 얻은 그는 한국식 농담까지 할 정도로 우리말을 잘한다.

“한국 사람들 너무 친절해요. 학교에서 공부하면 제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형제처럼 대해주니까요.” 하지만 그는 자신처럼 유학생 자격이 아닌, 외국인 노동자 신분으로 한국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사람들은 늘 “한국놈들 나쁘다”고 비난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저도 지난해 여름 방학 때 휴대폰 배터리 공장에서 ‘알바’를 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공장장 때문에 스리랑카 동포들이 전체 한국 사람들을 싫어했어요. 제가 ‘저런 한국 사람은 소수일 뿐’이라고 극구 설명했지만 한계가 있더군요.”

스리랑카에서는 물리학을, 한국에 와서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장학금 외에 밥값과 책값을 벌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늘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졸업 후 스리랑카에 진출해 있는 삼성이나 엘지 같은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게 희망이다.

“1년만 더 공부하면 스리랑카로 돌아가는데, 한국의 높은 기술을 많이 배워가고 싶어요. 또 돌아가서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한국을 알리는 ‘문화 알림이’ 역할을 할 겁니다.”

글 사진 콜롬보/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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