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지뢰 생산 · 매설 · 피해 상황
미국, 15년만에 생산재개 추진…13억 달러 요청
“이라크서 이미 사용” 주장에 침묵으로 일관
대인지뢰를 금지하려는 세계적 움직임과는 반대로 미국이 다시 대인지뢰 생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뢰 피해자는 대부분 민간인이며,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1주일에 500명 꼴로 대인지뢰에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대인지뢰 생산을 다시 추진중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 정부가 오는 12월 신형 대인지뢰를 다시 생산할지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현재 ‘스파이더’, ‘자동제어 무기 시스템’ 등 신형 대인지뢰의 개발과 생산을 위해 예산 13억달러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정부가 생산 재개를 결정하면 미국은 2007년 초부터 대인지뢰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이 이미 이라크에서 대인지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5월 미군이 ‘매트릭스’라고 불리는 원격조정 대인지뢰 시스템을 이라크 주둔 스트라이커 여단에 보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미 국방부는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대인지뢰는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사용금지 노력이 계속돼 왔다. 대인지뢰 생산과 사용, 수출을 금지하는 97년 지뢰금지협정(오타와협정)에는 145개국이 가입했다. 지난해 10월 현재 미서명국은 미국, 한국, 북한, 중국, 파키스탄, 러시아 등 44개 국가다.
미국은 지난 69년~92년 39개국에 560만개의 대인지뢰를 수출했으며, 현재도 1040만개의 지뢰를 저장하고 있다고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은 지적한다.
미국 정부는 1991년 제1차 걸프전 당시 비행기를 이용해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10만여개의 지뢰를 투하한 이후 사용을 중단했으며 1992년부터는 수출도 일시 중단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2006년까지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하고 협정에도 가입하겠다며, 한반도를 뺀 지역에서는 2003년까지, 한반도에서도 2006년까지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사용 중단 움직임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지난해 2월 미 국무부는 지뢰는 미군을 보호하는 중요한 도구라며, 미국에 필요한 군사력을 제한하기 때문에 대인지뢰금지협정에는 가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시 부시 미 대통령은 2010년 이후 시한장치가 없는 지뢰만 금지하고, 시한장치가 있는 ‘스마트 지뢰’는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또 분단국인 한국에서는 시한장치가 없는 지뢰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의 이런 정책이 지난 10여년 동안의 지뢰 금지 노력들을 헛수고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스티브 구스 휴먼라이츠워치 무기문제 담당 국장은 “미국이 이 야만적인 무기를 수출하고 사용하기 시작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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