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하라’ 캠페인의 포스터 사진. 왼쪽부터 펠릭스 마르카르트, 물루드 아슈르, 모클레스. ‘탈주하라’ 누리집 갈무리
“노인들의 부패한 초중앙집권국가
35살 미만 청년 1/4 실업상태” 비난
젊은부자 ‘좌파정부 딴지걸기’ 지적도
`‘르몽드’엔 또다른 3인방 반박글
35살 미만 청년 1/4 실업상태” 비난
젊은부자 ‘좌파정부 딴지걸기’ 지적도
`‘르몽드’엔 또다른 3인방 반박글
“젊은이여, 프랑스를 떠나라.”
프랑스의 30대 명사 3인방이 이른바 ‘탈주하라’(Barrez-Vous) 캠페인을 시작해 사회적 논쟁을 촉발했다. <프랑스 24> 방송은 16일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최초로 ‘국외이주’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며 이 이슈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요식업계 사업가인 펠릭스 마르카르트와 래퍼 겸 작곡가 모클레스, 저널리스트 물루트 아슈르는 지난 4일 좌파 일간지 <리베라시옹>에 도발적인 선언문을 게재했다. 그들은 프랑스 청년들에게 “이 나라는 늙은이들이 경영하는 부패한 초중앙집권국가”라며 “모국 땅에 머물 생각을 버리고 다른 나라에서 미래를 찾으라”고 독려했다.
자신들은 비록 성공을 이뤘지만, 이들이 보기에 프랑스의 황금기는 이미 끝났다. 이들은 “현세대는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못한 삶을 살 것”이라며 경제 위기 속에서 청년 세대가 더 열악한 현실에 놓였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는 평균 연령이 60살 수준인 수천명 엘리트 그룹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경제 정책은 전적으로 젊은이들에게 불리하고, 35살 미만 청년 4분의 1은 실업상태”라고 꼬집었다.
좀 더 자유로운 노동환경과 높은 연봉을 찾아 국외로 떠나는 것은 프랑스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미 상당수 인구가 국외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유럽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 런던에는 프랑스인이 40만명이나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 3인방처럼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이들이 시민들에게 “나라를 떠나는 것이 낫다”고 말한 것은 처음이라고 <프랑스 24>는 전했다. 이들은 브라질, 콜롬비아, 중국, 세네갈 같은 신흥국들엔 차라리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진 세대가 있다며 “젊은이들을 프랑스처럼 대우하는 사회는 이미 쇠퇴하는 사회”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최근 부자증세와 관련한 ‘고소득층 엑소더스’로 뒤숭숭한 프랑스에서 3인방의 도발은 젊은 부자들의 ‘좌파정부 딴죽걸기’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지난 14일 <르몽드>에는 ‘탈주하라’ 3인방의 견해를 비판하는 또 다른 저명인사 3인방의 반박글이 실렸다. 청년 외교 싱크탱크 설립자인 토마 프리앙과 유럽의회의원인 나탈리 그리스베크, 빌뇌브 레 자비뇽 시장 장 마르크 루보가 그들이다.
토마 프리앙 등은 프랑스 청년들에게 “도망가는 대신 프랑스에 남아 당신의 미래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일깨웠다. 그들은 또 “사소한 일 때문에 귀한 것을 잃지 말라”며 “외국에서 미래를 찾는 건 위험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다만 ‘탈주하라’ 3인방의 문제제기가 프랑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토론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들은 “아무도 청년들에게 어떻게 미래를 싸워야 하는지 말해주지 못했다”며 ‘탈주하라’가 그 점을 이슈화한 것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 논쟁에 실용적으로 반응할지 여부는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달렸다”고 지적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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