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공무원까지 인신매매 가담
WP ‘11살 소년 생지옥 탈출’ 보도
14살미만 고용금지법 통과 불투명
WP ‘11살 소년 생지옥 탈출’ 보도
14살미만 고용금지법 통과 불투명
인구 12억명의 나라 인도에서는 6분마다 한명씩 아이들이 사라진다. 1년이면 9만명, 그렇게 부모의 품에서 떨어진 아이들은 농장 또는 공장, 때로는 성매매 업소로 간다. 인도의 아동구조재단 ‘바치판 바차오 안돌란’(BBA)의 보수적 추정치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23일 2년 전 집 근처에서 유괴된 이르판(11)의 사연을 전했다. 소년은 오토바이를 탄 두명의 남성한테 납치당한 뒤 델리 북서쪽으로 320㎞ 떨어진 물란푸르 외곽의 버팔로 농장으로 보내졌다. 그 곳에서 버팔로를 씻기고, 먹였고, 똥도 치웠다. 이르판은 “하루 한번 먹다 남은 음식을 받아먹었고, 소란을 피우면 사람들이 손발을 밤새 묶어 놨다”며 생지옥을 떠올렸다.
몇달 전 소년은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했다. 감옥이나 다름없던 헛간 옆방의 창문을 깨고 도주한 것이다. 가까스로 보호소에 도착한 이르판은 ‘실종 어린이 찾기’ 텔레비전 쇼에서 자신과 아버지의 사진을 발견했다. 그리고 기억 속에 남아있는 ‘델리 난글로이’라는 주소를 붙들고 고향으로 갔다. 고가도로와 지하철이 들어선 동네는 기억 속 고향과 딴 세상이었지만 친구와 마주치는 행운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버지 이크발 알리는 “아들이 사라진 뒤 정치인, 경찰, 그리고 (아이를 찾아준다는) 마술사를 만나느라 운영하던 과자점 문도 닫았다”며 통한의 눈물을 쏟았다.
인도에서 어린이 인신매매는 몇년 전까지도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었다. 어린이 노동은 범죄라는 자각도 없었다. 그러다 2006년 뉴델리 교외 한 사업가의 집에서 소녀 17명의 뼈가 발견되면서 인식의 전환을 맞았다. 이 사건에 대한 미디어의 집중적인 보도를 계기로 어린이 납치와 강제노동은 국가적 이슈가 됐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세계적으로 최소한 550만명의 어린이들이 강제 노동에 동원된다고 본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자국에서만 500만~1200만명의 어린이들이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자, 인도 정부는 14살 미만 어린이의 고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법 시행까지 걸림돌이 많고, 부모가 자녀를 팔기도 하며, 현장 공무원들이 인신매매에 가담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검찰이 수사를 개시한 어린이 납치 사건은 2만5000건에 불과하다. 강제노동 혐의가 인정된 고용주도 3394명뿐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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