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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프랑스 빈민가 덮친 ‘잔혹살인’…청년갱단 배후엔 청년실업

등록 2012-10-03 19:54수정 2012-10-04 15:33

남동부 그르노블서 시민 2명 희생
주민들 “치안부재 탓” 대규모 시위
생활고 겪던 청년들 ‘조직’ 가입 뒤
생계 이으려 범죄·마약밀매 일삼아
올랑드 대통령, 현장방문 민심수습
지난 2010년 7월 빈민가 폭동으로 홍역을 치렀던 프랑스 남동부 그르노블에서 최근 발생한 살인사건이 프랑스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밤(현지시각) 15명가량의 청년 갱단이 같은 나이 또래의 남성 두명을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이 지역의 고질적인 빈민 문제와 40%에 이르는 청년 실업률, 이로 인한 ‘청년 갱단’의 확산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1일 급거 현장을 방문해 피해자 가족과 민심 챙기기에 나섰다.

그르노블 외곽 에시롤의 한 공원에서 지난주 21살의 동갑내기 친구 두명이 무참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피해자인 케빈 누비시와 소피안 타드뷔르의 주검에서는 각각 7~8차례, 30여차례씩 흉기에 찔린 자국이 발견됐다. 둔기에 심하게 난타당한 흔적도 확인됐다. 청년 갱단 15명의 공격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며, 살인에는 곡괭이와 칼, 야구방망이와 망치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경찰은 두 청년을 살해한 혐의로 18~21살 갱단 10명을 체포했다. 이에 앞서 1일에는 군인인 형제 두명을 같은 혐의로 붙잡았다. 10명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군인 형제는 진술과 답변을 거부하고 있으며, 주범으로 추정되는 3명은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 범인은 물론 구체적인 범행 이유도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현지 언론을 통해 고교생인 누비시의 남동생이 갱단을 ‘불쾌하게’ 쳐다보면서 생긴 사소한 다툼이 끔찍한 사건으로 비화된 것 같다는 추측이 흘러나올 뿐이다. 아직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그르노블 주민 수천명은 2일 거리시위에 나섰다. 실업이 만연하고 사소한 범죄 정도는 이미 일상이 된 이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전과도 없고 전도유망했던 두 청년의 무고한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였다. 이 대규모 시위의 배경에는 지역 주민들이 평소 느끼고 있는 청년 갱단에 대한 공포와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평소 강력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현장에 기자들과 함께 나타나 강경대응을 천명하곤 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취미’를 거부해왔지만, 성난 민심 앞에서 좌파 대통령의 고집도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주민들의 분노를 달랠 순 없었다. 올랑드 대통령이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한 여성 주민은 대통령을 향해 공격적으로 고함을 질렀다. <프랑스 24>는 이 주민이 “이곳은 황량한 서부로 변했다”며 이 지역에서 전염병이 된 폭력을 근절하는 데 실패한 치안부재를 맹렬히 비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현장방문 다음날 마뉘엘 발 내무장관은 이번 살인사건을 ‘학살’로 규정하고, 그르노블 외곽 빈민가를 16번째 ‘우선치안지역’으로 선포했다.

그러나 치안강화만으로는 그르노블 같은 프랑스 빈민 지역의 갱단 척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지난 8월 프랑스 북부 아미앵 지역에서 청년폭동이 발생했을 때도, 경찰은 치안강화를 해결책으로 내세웠지만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률을 낮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생활고에 등떠밀린 청년들이 범죄와 마약밀매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한, 젊은이들의 갱단 조직과 가입을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 지역 경찰조합장인 다니엘 쇼메트도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아에프페>(AFP) 통신 인터뷰에서 “외곽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근근이 먹고산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그들은 구직 시장에서 자격 미달이며 일할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이라며 실업률과 갱단의 상관관계를 지적했다. 이런 지역 환경이 “갱 문화 탄생의 이상적인 조건”이라는 주장이다. 또 그는 “경찰은 실업률과 관련해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경찰은 젊은이들의 갱단 구성을 멈추게 하는 데 무능하다”고 역설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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